[저자는 말한다]'세계만화탐사'펴낸 성완경 인하대교수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5분


미술평론가, 공공미술 기획 제작자, 만화 및 영상 관련 이론가 등으로 미술을 실제 현실에 접목시키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성완경 인하대 미술교육과 교수(57·사진). 2002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한국영상문화학회 공동대표,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으로 분주하게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성 교수가 세계의 만화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 ‘세계만화탐사’(생각의나무)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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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라고 하는, 최소한의 도구를 가지고 몸의 움직임, 마음의 희노애락, 비평, 철학 등을 담아내는 예술입니다. 게다가 그 안에는 연극이나 영화에 못지 않은 연출과 심오한 통찰이 담겨 있지요. 만화는 인간이 구사할 수 있는 하나의 놀라운 ‘언어’입니다.”

그는 만화의 생명은 ‘재미’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 재미는 경박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훌륭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림과 시나리오와 창의성. 이 모두가 모여서 좋은 만화가 되지요. 그 안에는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만화가들의 그림과 시나리오 중에는 오히려 기존 예술을 뛰어넘는 훌륭한 것들이 많습니다.”

만화에 대한 그의 태도는 대단히 경건하기까지 하다. 이 책의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태초에 만화가 있었다. 먼저 말씀의 꼬리가 신의 입술 끝에 달렸고 그것이 비눗방울처럼 빠져나와 자리를 잡자 모든 형상들이 생겨났다. 모든 형상의 비밀은 이야기에 있다. 이야기 없이 형상은 태어나지 않는다.… 형상과 이야기는 하나로 합쳐지고 서로 작용함으로써만 생명을 얻는다. 이것이 세계의 비밀이자 모든 종교, 모든 문화예술의 비밀이다.”

그는 아나키스트적 전복성과 솔직성을 그려내는 장 마르크 레제르의 만화 ‘빨간 귀’를 특히 좋아한다. 그는 만화를 ‘천천히’ 보는 습관이 있다. 만화는 쉽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본다’는 것이 의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만화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보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성 교수는 말한다.

이 책의 서문 한 귀퉁이를 장식한 찰스 슐츠의 ‘피너츠’ 한 컷만큼 그의 마음을 잘 드러내 주는 것은 없을 듯하다.

여자 친구 루시가 자신의 만화책을 빌려 가지고 가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주인공 찰리 브라운. 그 아래는 이런 말이 써 있다.

“사랑이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책을 빌려주는 것.”

성 교수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 23명과 그들의 만화책을 온 세상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싶은 것 같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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