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특허-상표권 수호천사"…변리사 이귀동씨

  • 입력 2001년 9월 2일 19시 35분


이귀동(李貴童·37) 변리사는 바이오테크를 전문으로 하는 10년차 여성 변리사다. 서울대 화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산타클라라대에서 법학석사를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변리사가 되려면 이 정도의 학력을 취득해야 한다는 말인가?

“제가 처음 변리사에 도전할 때는 변리사가 ‘병아리 감별사’ 정도로 인식되던 때였죠.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변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진로를 바꿨죠. 요즘이야 변리사가 전문직으로 각광받으면서 학부시절부터 준비해서 바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더군요.”

병아리 감별사가 아니라면 변리사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 바로 특허 및 상표 전문가다. 정보통신(IT) 기술이 발달하면서 특허를 내고, 지키고, 소송을 통해 권리를 찾아오는 일을 한다. 예전에는 개인 발명가가 변리사의 주된 의뢰인이었으나 요즘은 기업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발명가가 아이디어를 들고 오면 어떤 법적요건을 갖춰야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게 변리사의 몫이죠. 원재료를 음식으로 만드는 요리사와 같다고 할까요? 특허청 심사관이 때로 특허권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그를 설득하기도 하구요. 특허를 받은 뒤 생기는 분쟁도 해결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벤처기업에서 특허를 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특허 포트폴리오 구성을 함께 논의하기도 한다. 일종의 경영자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변리사 자격증자는 연구소 컨설턴트 일반기업 등으로 크게 확산될 전망.

그러나 변리사는 아직까지 일반 법정을 통해서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 소송대리권이 없다. 다만 특허청을 통해 2심(특허법원) 3심(대법원)까지 가는 경우 소송을 대리한다. 대형 법률사무소에서는 그래서 변호사와 변리사가 한 팀을 이뤄 분쟁을 다루기도 한하고 요즘은 일반 법정의 소송을 대리하기 위해 변리사가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경우도 많다.

“90년대 초만 해도 변리사 합격자가운데 절반 이상이 인문사회계열 출신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기술관련 분야이다 보니 이공계 전공자가 90%는 차지하는 것 같아요.”

이 변리사가 보는 ‘변리사로 적당한 사람’은 ‘과학적 창의성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으면서 꼼꼼하고 철저한 사람’이다. 너무 창의적인 사람은 남을 컨설팅해 주는 대신 스스로가 발명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라나. 기술적 마인드로 보자면 이공계 전공자가 적당한 대신 국제업무가 많으므로 어문학 전공자도 좋다. 특히 중국시장과 관련한 특허분쟁은 앞으로 엄청나게 커질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면 변리사 세계에서 각광받을 수 있다.

변리사의 연봉은 천차만별. 개업한 경우 연간 ‘억 단위’를 버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대기업 사원보다 좀 높은 정도라고.

이 변리사는 “비즈니스를 시작해 성공할지 여부는 특허에 달려있다”며 “한국 기업도 특허의 중요성에 대해 점점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이 점차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변리사 시험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변리사 숫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어서 처음부터 유망한 전공분야를 잘 선택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변리사에 대한 이모저모
시험과목민법 민사소송법 지적재산권
관련 특허법 의장법 상표법 및 각자 전공기술
국내 변리사 수1200명
내년부터는절대평가로 바뀜
(수험생 1만명 예상)
진로법률사무소 개업 기업
특허담당자 연구소 컨설턴트 등
연봉대기업보다 많고 변호사보다 낮은 수준
주요 개업장소서울 강남역 인근/대전 특허청 인근
개업시 비용2억∼3억원
장점전문직이라 출퇴근시간이 자유롭다
특허 출원 뒤 소멸까지 20년이 걸리므로
‘일감’이 떨어질 때가 별로 없다
단점전문직이라 프로젝트를
마칠때까지 일해야한다. 한달에 보통 200시간
적성기술적 마인드를 갖고

분석하기 좋아하는데다 인문 사회적 소양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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