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한국 가요반세기 중심엔 부산 영도다리 숨쉰다"

  • 입력 2001년 8월 29일 21시 37분


부산의 명물 중 하나인 영도다리의 철거를 막기 위해 한 공대 교수가 대중가요를 통해 드러난 영도다리의 상징적 중요성을 보여주는 논문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영도다리의 안전점검을 담당했던 한국해양대 해양시스템공학부 박명규(朴命圭·54)교수는 ‘부산항 관련 해양 대중가요의 역사적 고취’라는 논문을 29일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양 관련 대중가요의 27%가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부산항과 부산항의 중심에 위치한 영도다리였다는 것.

특히 일제시대와 해방, 한국전쟁, 70년대 경제발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거치면서 부산항과 영도다리는 국민들의 가슴속에 민족의 애환을 담은 상징물로 자리를 잡게 됐다.

이들 상징물이 등장하는 노래는 1930년대 후반의 ‘관부 연락선’에서부터 90년대말 ‘우리의 부산’까지 무려 600여곡이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애창가요는 △굳세어라 금순아 △야속한 연락선 △함경도 사나이 △경상도 아가씨 △돌아와요 부산항 △부산갈매기 등 50여곡.

또 자주 등장하는 노랫말은 △영도다리 △연안부두 △부산항 △갈매기 △오륙도 △연락선 등이다.

이들 노래의 가사는 일제시대 때는 민족의 울분을 간접적으로 나타냈으며 50년에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이별과 타향살이의 고통을 표현했다.

이처럼 민족의 애환을 담은 영도다리가 철거되면 현대사의 한(恨)을 표현하는 상징물도 함께 사라지게 된다는 것.

박교수는 “철거위기에 놓인 영도다리에 대한 안전점검을 용역받아 조사를 하다 영도다리에 애착을 갖게 됐다”며 “영도다리는 보수만 제대로 하면 앞으로 100년은 더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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