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현장-1]소모성자재 구입 "싸고 빠르게"

  • 입력 2001년 8월 29일 18시 48분


경기 군포에서 기계를 제조하는 A공장. 펜 나사 등 소모성자재(MRO)를 구입하기 위해 80여개의 납품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LG유통의 MRO전자구매시스템(www.lgmro.co.kr)을 이용하면서부터 매월 8만여장의 구매서류를 일일이 작성하는 불편함을 덜었다. 서류작업만 편해진 게 아니다. 하루 15대씩 들어오던 입출고차량이 2,3대로 줄었다.

구매 비용은 연간 19%(15억여원)가량 줄어들었다. 매달 450장씩 써야했던 세금계산서도 단 한 장으로 끝내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통상 원자재 관리는 철저히 하면서도 소모성자재 구매관리는 소홀히 한다. 복잡한 유통단계는 물론 주문자와 납품자와의 ‘인간적 관계’등 고질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A공장은 LG유통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일괄거래를 한다. 거래는 LG유통과 80개 납품업체간에 이뤄진다. LG유통 MRO시스템의 고객사는 157개, 납품업체는 1500여개, 거래상품수는 약18만2000개에 이른다. 거래규모는 월 50억원 가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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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구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무엇보다 고질적인 MRO시장의 병폐가 사라졌다는 점. 모든 거래내용이 투명해졌기 때문이다.

LG유통은 고객사의 납품업체를 3,4개월간은 그대로 이어받아 거래한다. 지난해 말 800개의 납품업체 중에서 월거래액이 95만원 이하인 곳이 89.8%에 달했고 3차,4차 납품업자가 78%나 됐다.

LG유통은 그러나 품질 가격 납기일 고객불만 등으로 납품업체들을 평가한뒤 교체·지원·통합·우량으로 구분한다. 경쟁력이 없으면 납품업체를 교체하는 것. 지난해 교체된 납품업체는 600곳에 이른다.

LG유통은 고객들을 위해 제품이름과 규격기준을 통일했다. 용어가 달라 고객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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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장인데도 1라인은 ‘속도조절기’를 4200원에 2라인은 ‘스피드 컨트롤러’를 2900원에 구매하기도 했다. 고객사의 데이터베이스(DB)를 받아보면 중복된 품목이 보통 20∼30%. 표준화의 미비로 주문자와 납품업자가 다르게 이해해 ‘사오정’식 거래로 인한 반품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LG유통은 UNSPSC등의 국제표준에 따라 15개 대분류, 53개 중분류, 211개 소분류, 1241 상세분류로 18만2000개의 상품을 DB화했다.

주문자와 납품업자가 7,8년의 거래관계를 맺어왔거나, 고객사의 전직임원이 납품업체를 설립하는 등 연고로 인한 부조리도 사라졌다. 과거에는 결재서류에 비싼 일본재를 주문했다고 올리고 값싼 중국산을 들여오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LG유통시스템에서 고객사의 관리자는 각 주문자별로 주문기록을 조회하거나 제품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클레임을 낼 수 있다.

전자구매로 다(多)對다(多) 거래가 돼 납품지연이 줄어든 것도 장점. 이전에는 소량주문이 들어오면 다른 주문을 모아 한꺼번에 들어가도록 납기일을 늦추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LG유통시스템은 주문후 배송일을 3일 이내로 줄였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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