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입장에서 이번 회담은 북-중-러간의 북방 3각 관계를 완결짓는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북측이 앞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갖게 될 것으로 보이는 대미(對美) 협상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측면도 있다.
우리는 먼저 북-중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열리게 된 점에 주목한다. 중국으로서는 10월 하순 상하이(上海)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미-중(美-中) 정상회담 등을 감안한 일정 조정이 필요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북-중 회담이 빨리 열리게 됨으로써 북측이 다음 단계의 외교 행로, 즉 북-미협상 및 남북대화에 나설 토대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특히 작년 남북 정상회담 이래 빠르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으나 기본적으로는 한반도 문제로 인해 미국 및 일본과 충돌하게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중국도 이번 회담에서 북측에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을 권유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 몇 달째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에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북한이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 및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뿐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중국의 충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번 북-중 회담을 ‘강 건너 불’처럼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미국의 MD체제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심을 강하게 갖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대미(對美) 공조체제를 더 강화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8월 초에 열렸던 북-러 정상회담에서처럼 주한미군 문제가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한 중국과의 외교관계 강화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그동안 다소 이완된 듯한 모습을 보여온 미국 및 일본과의 대북 공조체제 강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미국과의 견고한 공조체제가 없이는 우리의 대북정책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