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과 장쩌민이 만나면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40분


장쩌민(江澤民) 중국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내달 3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측 보도에 따르면 양측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90년대 이래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완전 복원하는 한편 남북대화 지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반대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 입장에서 이번 회담은 북-중-러간의 북방 3각 관계를 완결짓는 성격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론 북측이 앞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갖게 될 것으로 보이는 대미(對美) 협상의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측면도 있다.

우리는 먼저 북-중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열리게 된 점에 주목한다. 중국으로서는 10월 하순 상하이(上海)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미-중(美-中) 정상회담 등을 감안한 일정 조정이 필요한 측면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북-중 회담이 빨리 열리게 됨으로써 북측이 다음 단계의 외교 행로, 즉 북-미협상 및 남북대화에 나설 토대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특히 작년 남북 정상회담 이래 빠르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 왔으나 기본적으로는 한반도 문제로 인해 미국 및 일본과 충돌하게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중국도 이번 회담에서 북측에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을 권유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번 회담이 몇 달째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에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북한이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 및 미국 일본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뿐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은 중국의 충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이번 북-중 회담을 ‘강 건너 불’처럼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미국의 MD체제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심을 강하게 갖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대미(對美) 공조체제를 더 강화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8월 초에 열렸던 북-러 정상회담에서처럼 주한미군 문제가 다시 떠오를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한 중국과의 외교관계 강화가 시급하다.

무엇보다 정부는 그동안 다소 이완된 듯한 모습을 보여온 미국 및 일본과의 대북 공조체제 강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미국과의 견고한 공조체제가 없이는 우리의 대북정책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