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EMI, 신인 클래식 앨범시리즈 '데뷔' 발매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42분


“처음처럼.”

초발심(初發心)으로 돌아가자는 공익광고는 가슴 찌릿한 감동을 불러온다. 촛불을 들고 선서하는 간호사들, 아이들에게 수줍게 첫 인사 하는 초등학교 선생님….

EMI사의 신인 클래식 앨범 시리즈 ‘데뷔’는 그런 풋풋함을 읽을 수 있는 시리즈다. ‘뚜렷한 개성과 예술적 완성도를 갖추었지만 세계인에게 낯익지 않은 연주가’를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1997년 첫 음반을 발매한 뒤 30여명의 신인 연주가와 작곡가를 세계 무대에 등장시켰다.

우리 연주가로는 피아니스트 백혜선을 세계 음반계에 알렸고, 내년에는 첼리스트 양성원의 ‘데뷔’도 예정돼 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두 종류의 현악앨범은 5년 차를 맞아 선구안(選球眼)도, 포장술도 완숙해진 ‘데뷔’시리즈의 실력을 보여준다. 하나는 구 소련에서 독립한 그루지야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엘리자베트 바티아쉬빌리(22)의 앨범, 또 하나는 신세대 현악사중주단인 ‘예루살렘 4중주단’의 4중주집이다.

푸근한 인상의 바티아쉬빌리는 16세 때 시벨리우스 콩쿠르에 우승한 새별. 그의 활이 지어내는 소리의 빛깔은 브람스 소나타 1번의 첫 주제에서부터 그지없이 따스하다. 우리 연주가를 빗대 말하자면, 김영욱의 매끈한 빛과 정경화의 볼륨감이 맞닿아 있다고 할까. 정밀한 활긋기가 돋보이는 바흐의 파르티타 1번도 만족스럽다. 이 앨범은 최근 ‘조이 클래식’ ‘클래식 CD가이드’ 두 음반전문지에서 ‘별 다섯 개 만점’ 평점을 받았다.

예루살렘 4중주단은 아메리카-이스라엘 문화재단의 후원으로 1993년 탄생한 실내악단. 데뷔앨범에 쇼스타코비치의 현악4중주 1, 3번과 ‘안단테 칸타빌레’로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현악4중주 1번을 실었다. ‘칸타빌레’(노래하듯이)로 은근하고 웅혼한 이들의 음색은 건조한 쇼스타코비치의 작품보다 차이코프스키의 서정 넘치는 소리결에 더 잘 맞는다.

앙상블은 티 없이 정밀하고, 어느 악기가 선율을 이끌어나가던지 충분히 리드미컬하고 정감 넘친 ‘노래’를 들려준다. 월간 ‘객석’ ‘조이 클래식’의 평점은 ‘별 네 개 반’ 이다.

사족. 이 ‘데뷔’시리즈로 세계 음반계에 얼굴을 알린 백혜선은 7월초 아들을 순산했다. 컨디션이 회복되는 연말쯤 EMI사에서 새 앨범을 녹음할 계획이다. 수록 곡목은 아직 협의 중.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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