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파업했다고 적금통장까지 가압류"

  • 입력 2001년 8월 17일 20시 11분


학원비가 없어 두아이를 학원에도 보내지 못하고 있으며 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불볕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린 17일 오전 11시경 ㈜효성 울산과 언양공장 노조원 400여명(총 노조원 1300여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울산 중구 복산동 복산성당 천막농성장. 이들은 회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 지난 5월25일부터 사내 파업을 벌이다 6월5일 경찰이 투입된 이후 이곳에서 옮겨 84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노조원 김임수씨(金壬洙·31)는 회사측이 파업기간중의 손실보전을 위해 파업 참가 노조원들의 월급 입금통장은 물론 적금통장과 전세권, 심지어 가전제품까지 가압류해버려 생활고가 이만저만 아니다 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달부터는 8살 6살인 두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못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에다 주위에 빚을 얻어 겨우 생활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회사측이 파업기간에 입은 손실 50억원을 보전하기 위해 파업 참가자 400명의 재산을 추적해 일일이 가압류했기 때문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처가와 본가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 는 노조원 박도연씨(朴度淵·35)는 동료들 가운데는 생활비가 없어 부인은 처가에, 아이들은 본가로 보내 이산가족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고 말했다.

노조 이동익(李東益·32) 조직국장은 구속된 한 노조원은 집에 끼니가 없어 최근 노조에서 쌀 한가마니를 사준적이 있다 며 회사측이 파업중이더라도 생계를 위해 임금의 절반은 가압류하지 않는 관례를 깨고 임금 전액 등 모든 재산을 가압류하는 비인간적인 조치를 취했다 고 비난했다.

이에대해 울산공장 배기수(裵基秀)관리팀장은 불법파업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기위해 파업 노조원의 통장과 부동산을 가압류했다 며 지난 11일 잠정합의안에도 밝혔듯이 파업노조원이 조업에 복귀하면 가압류는 해지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노사는 지난 11일 협상에서 △임금 5% 인상 △해고 최소화 △고소고발취하 △손해배상청구소송 해지 등에 잠정합의했으나 농성 노조원들은 산재요양중인 노조원을 해고대상자로 선정하는 등 해고자 선정이 불법인데다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 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노조대표와 합의안을 체결했기 때문에 노사협상은 끝났다 며 파업 근로자들에게 오는 20일까지 복귀하도록 복귀명령서를 보냈다.

울산지방노동사무소 최진해(崔振海)소장은 시민들에게 짜증만 주는 장기분규를 끝내고 근로자들의 극심한 생활고 해결을 위해서라도 노사 대타협을 이뤄야한다 고 말했다.

시민들도 이제 끌만큼 끌어온 분규를 끝내고 근로자는 일터로 돌아가고 회사는 근로자를 최대한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때 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진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