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동후보론' 띄울 때 아니다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41분


자민련 김종호(金宗鎬) 총재권한대행과 민국당 김윤환(金潤煥) 대표가 잇따라 여권 공동후보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단순히 자민련측의 ‘JP(김종필) 대망론’이나 ‘킹 메이커’를 앞세운 ‘허주(김윤환)식 위상 높이기’ 차원에서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의 주장은 ‘괴문서다, 아니다’로 논란을 빚고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전략문건’과 같은 맥락이다.

정책연합을 하고 있는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의 합당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특히 민주당 핵심에서 그동안 3당 합당을 강하게 희망해왔던 만큼 여권 공동후보론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점은 ‘비밀 문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권 공동후보를 전제할 때 그것은 현재 민주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경쟁구도가 사실상 허구임을 의미한다. 내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는 정치 스케줄조차 무산될 소지가 크다. 당장 민주당 주자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다.

실질적 여당인 3당이 합당하거나 공동후보를 내세우겠다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공동후보로 야당후보를 포위하겠다는 이른바 ‘이회창(李會昌) 포위론’도 여권의 전략일 수 있다. 그 결과는 야당이라고 목청을 높였다가 여당으로 돌아서는 등 정략으로 일관해온 그동안의 행태와 공동후보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으로 결정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이 과연 ‘여권 공동후보론’이나 띄우고 있을 때인가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야(與野)가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마당에 때 이른 공동후보론은 정치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그 결과로 민생이 외면될 것은 뻔한 일이다.

하기야 자민련 민국당의 생각이 그렇고 ‘비밀문건’대로 민주당 핵심도 같은 생각이라면 차라리 공동후보론을 띄울 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을 밝히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면 분명하게 아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아닌 것처럼 하다가 대선에 임박해 다시 들고 나오는 행태는 이미 여러 차례 보지 않았던가.

정치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일부가 말을 흘려 분위기를 봐가면서 정당 지도부나 특정 정치인들이 담합이나 흥정으로 정치의 내용과 과정을 주무르려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더 이상 유권자인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여권, 특히 민주당은 정신차려야 한다. 공동후보론을 띄울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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