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은행떠난 뭉칫돈 일단 투신으로…투신권 MMF등에 1조 유입

  • 입력 2001년 8월 12일 18시 27분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와 은행들의 잇따른 예금금리 인하로 시중자금이 갈 곳을 잃어버렸다. 금융기관에 묶여 있는 시중부동자금은 약 250조원으로 추정되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시중자금은 국채 등 안전한 투자대상과 부동산쪽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투자처를 찾을 때까지는 언제든 찾을 수 있는 투자신탁회사의 머니마켓펀드(MMF)등 단기상품으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올1~7월중 신용등급별 회사채 순발행 실적(단위:억원)
A이상BBB+BBBBBB-BB이하합계
79,96611,17911,787878-27,80376,007
(자료:한국은행)

그러나 정작 설비투자를 위한 기업대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경기회복 시기가 점점 더 늦춰지고 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포화상태에 도달했고 대기업여신은 위험도 커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시중자금, 은행 떠나 투신권으로〓은행들이 앞다퉈 정기예금금리를 내리자 자금이 은행을 떠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수신금리가 5%대 중반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경우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상태여서 자금이탈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7일까지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1조9000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투신권 MMF에는 1조1000억원이 유입됐다.

7월에는 이런 상황이 더 심해 콜금리 인하 이후 투신권의 MMF 및단기채권형펀드에는 13조3000억원이나 유입됐으나 은행계정 수신은 4조6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에 따라 돈이 넘쳐나는 채권형펀드가 유동성이 높은 국고채매수에 열을 올리면서 지표금리인 3년만기 국고채금리가 한때 4%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주식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높고 부실기업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주가상승을 촉발할 계기가 쉽게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자금이 안 간다〓대우와 현대그룹에 치인 은행들은 그동안 가계대출에 치중했으나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고 추가대출분은 금리가 너무 낮아 마진이 없다.

이에 따라 7월 중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4406억원으로 6월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에 대출해주자니 사업성평가 및 우수업체 발굴이 힘들어 안전하게 담보 또는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서를 요구하고 있다. 리스크관리능력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S은행 심사부 A씨는 “우량중소기업에는 모든 은행이 다 대출해주려고 달려들지만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다. 비우량 중소기업은 차입금 의존도가 높고 사업전망도 좋지 않아 대출해줄 수 없다. 그래서 금리가 떨어지고 시중에 자금이 넘쳐흘러도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식시장 침체로 증자는 이미 물 건너갔고 회사채발행도 A등급 기업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자금이 실수요자에게 가지 못하고 있다.

<김두영·이나연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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