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하반기 유통업체 선별 매수 노려라

  • 입력 2001년 8월 12일 09시 12분


"정부의 강력한 내수부양책으로 하반기에도 유통업체들은 안정된 매출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붕괴에 따른 실적악화 우려는 기우로 끝날 것이다. 다만 지난 3개월간 시장수익률을 초과한 것은 부담으로 와 닿는다. 그런 만큼 추가 상승여력이 풍부한 업체들을 선별해서 투자해야 한다."

한영아 삼성증권 유통업 애널리스트가 밝히는 하반기 유통업체 투자전략.

그는 유통업체가 하반기에도 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내수부문이 하반기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해 들어 국내 유통시장이 기업형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것도 유통업체의 주가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한정된 파이를 대형 유통업체들이 잠식하면서 실적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힌다. 한마디로 부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추가상승을 견인할 호재들이 더 많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전문비서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후 애널리스트로 변신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 올 상반기 <매경이코노미>의 유통업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

--상반기 국내경제를 견인해 온 소비가 악화될 징후를 보이고 있다. 소비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는가.

▲일부에서 제기하는 '최악의 상황'은 가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은 적어도 현상유지는 가능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정부의 공격적인 내수부양책으로 고용이 안정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용안정으로 급격한 소비둔화를 막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여기다 통계적인 착시현상도 한 몫할 것이다. 즉 지난해 하반기 소비성장률이 상반기에 비해 둔화됐기 때문에 전년동기 대비 소비증가율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물론 IT수출이 부진하기 때문에 급격한 소비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소비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

--하반기 경기전망을 토대로 국내유통업종에 대한 견해를 밝힌다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등에 대해서는 매수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두 개 업체 모두 소비둔화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신세계는 할인점이 전체 매출액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다. 아무래도 경기회복이 지연되면 소비자들이 백화점보다 할인점을 찾는 횟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할인점이 백화점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점도 경기둔화에 대한 내성을 키워준다. 현대백화점도 중상위층이 주된 고객이기 때문에 소비둔화에 따른 충격을 적게 받는 편이다.

반면 LG홈쇼핑과 CJ홈쇼핑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민감하다. 특히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소비둔화에 따른 충격은 증폭된다. 이런 판단아래 지난 7월초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상반기 유통업체들의 주가가 시장수익률을 큰 폭으로 상회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체적인 소비증가로 백화점 업체와 홈쇼핑업체의 주가가 강세를 기록한 것은 아니다.

기업설비투자나 수출보다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소비증가세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소비증가에 따른 유통업체들의 영업실적 개선이 주가상승을 견인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재래시장을 대형유통업체들이 성공적으로 공략한 것이 실적개선을 가져왔다. 전체 소매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던 재래식 시장을 할인점 등이 잠식하면서 주가상승을 가져왔다. 외국인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할인점의 성장세다.

--연초대비 100%이상 상승한 신세계는 현시점에서 어느 정도 투자가치가 있는가.

▲현재 신세계는 크게 3가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먼저 연초대비 100%급등한 점이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로 셔틀버스 운행정지 등으로 매출감소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세 번째 경기회복신호가 나타나면 IT주식으로 투자자금이 몰려갈 가능성이다. 이들 악재들이 신세계의 추가상승을 억누르고 있다.

개인적으로 51%의 지분을 소유한 외국인들이 이들 악재를 빌미삼아 매도할 경우 8만원대 후반까지 하락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신세계는 유통시장 구조조정의 최대수혜주다. 할인점시장에서 롯데의 추격을 물리친다면 향후 3년간 연평균 50%의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 또한 내년부터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창출한다. 한마디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좋은 주식이다. 그런 만큼 악재의 영향으로 조정을 보이면 중장기 관점에서 매수를 권하고 싶다. 12개월 목표주가를 13만원으로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 대해선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지난해말 매수의견으로 투자등급을 상향조정했다. 지금도 매수의견을 유지한다. 그러나 향후 성장성이 부족해 추가 상승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목표가격을 2만원으로 제시했는데 현시점에서 상향조정할 특별한 계기를 발견하기 힘들다. 2만원대에 근접하면 매도하고 조정을 보이면 매수하는 트레이딩을 권하고 싶다.

--홈쇼핑업체들에 대한 투자견해는.

▲백화점과 달리 이들 업체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이다. 홈쇼핑업종은 성장성이 풍부하지만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당분간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3개 업체들이 신규 진출하면서 인건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한 홈쇼핑프로그램의 방영권을 가진 SO(System Operator)업체를 확보하기 위한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SO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것은 홈쇼핑업체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온다. 적어도 향후 3년간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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