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박찬범/시장특성 맞는 관광인프라 구축해야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48분


‘2001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경기의 활성화를 기대했던 관광업계가 요즘 때아닌 불황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외래객 입국자 수가 작년보다 0.2% 증가에 그친 반면 출국자 수는 무려 11.4%나 늘었다.

대대적인 ‘한국방문의 해’ 홍보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원인은 무엇인가.

흔히 관광산업을 ‘성장성 높은 미래산업’ ‘굴뚝 없는 수출공장’이라고 한다. 관광산업이 인프라 구축이라는 문제만 해결되면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말이다.

한국의 경우 외래객 15명이 올 때마다 1개의 일자리가 생기며 외국인이 쓰고 가는 1달러가 창출하는 우리 국민의 소득은 3.3달러에 이른다. 또 관광객들이 현금과 카드로 지불하는 여행경비는 빠른 자금 회전력을 갖는다는 장점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미래는 아직 어둡기만 하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테미 오버비 수석부회장은 “한국은 국제 비즈니스와 관광의 중심지가 되기에 잠재적 자원은 풍부하되 현재의 인프라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이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 중국 등 거대한 관광 수요국을 가까이 두고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호텔 등 숙박시설의 부족과 국민의 미비한 영어 구사력 등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장특성에 맞는 관광인프라의 구축과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타깃 마케팅이 가장 중요하다. 즉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국인 입맛에 맞는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고 일본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면 그에 맞는 시장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항공사와 관광업계의 공동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항공노선이 하나 개설되면 노선에 따라 입국자가 80% 이상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즉 ‘길’이 있으면 그만큼 수요가 모인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길을 통해 입국한 관광객이 한국에서 더 이상 즐길 것이 없다면 그 수요는 금방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항공사와 관광업계간의 긴밀한 공조관계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베이징올림픽 등을 계기로 항공사와 여행사, 그리고 호텔업계 등 관광업계의 공조관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테마로 한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중저가 호텔을 육성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로 한국을 찾는 외래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교과서 문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하지만 일본 중고교생들의 수학여행과 한국 브랜드를 좋아하는 일본 젊은이들의 한국 방문 등 두 나라 젊은 세대의 교류는 좀더 마음을 열고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광객 유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본은 여전히 우리에게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관광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소홀히 다뤘다가 21세기 최고의 수출 상품을 잃게 되는 일이 없도록 준비를 단단히 해야할 것이다.

아시아나항공 박찬법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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