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떠도는 시중돈 242조…단기부동화자금 GDP 50%

  • 입력 2001년 8월 10일 18시 37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채 금융기관의 단기금융상품에 머물고 있는 단기부동화 자금이 1년전에 비해 50조원이나 늘어나 24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50%에 육박하는 규모이며 정기예금금리가 연 4%대로 떨어져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2%선으로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시중여유자금이 기업으로 흘러가지 못해 산업자금화가 부진한 실정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단기부동화 자금은 7월말 현재 242조31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50조1000억원(26.1%)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서는 34조7000억원(16.7%) 증가했다. 특히 5월에 6조8210억원이 늘어난 뒤 6월 6조4851억원, 7월 10조707억원 등으로 최근 들어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단기부동화 자금은 만기가 3개월 미만인데다 돈이 필요할 때는 수시로 인출할 수 있는 △은행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시장금리상품(CD+RP+표지어음) △단기공사채형수익증권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합한 것이다.

상품별로는 MMF가 작년말 26조7000억원에서 7월말 39조6000억원으로 무려 48.3%나 늘어났다. 7월 한달 동안에만 7조2000억원이나 증가한데 이어 8월 들어서도 1∼6일중 7723억원이나 늘어났다. 하루만 맡겨도 연 5.2%의 수익을 주는데다 돈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신탁회사의 단기공사채형 수익증권도 올 들어 7월말까지 49.5% 늘어난데 이어 8월에도 6563억원 증가했다. 은행의 시장금리상품도 32조9000억원에서 42조3000억원으로 28.5% 늘어났다.

단기부동화 자금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기업대출은 부진한 실정이다. 기업대출은 7월중 3조4088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6월에는 8734억원이나 감소했다.

삼성생명금융연구소 정기영 소장은 “시중자금이 단기부동화되면서 기업들이 장기 산업자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금리가 떨어져도 대다수 중소기업은 저금리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