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안 불감증 바이러스

  • 입력 2001년 8월 9일 18시 41분


코드레드 바이러스가 인터넷 망을 통해 빠른 속도로 번져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의 컴퓨터를 공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핫메일 서비스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AP 통신사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과 가정의 컴퓨터들이 맥없이 당했다.

컴퓨터 이코노믹스라는 연구기관에 따르면 코드레드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벌써 20억달러에 이른다. 종국적으로는 작년 러브버그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액 87억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코드레드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출현한 어떤 바이러스보다 지능적이고 악의적이다. 홈페이지를 제공하는 웹 서버를 공격하기 때문에 감염이 돼도 자각 증상이 없다. 국내외에서 개발한 백신도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한국에서도 1만3000여개 공공기관과 기업의 컴퓨터 4만여대가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대전청사 전산망과 인터넷데이터 센터가 감염돼 서비스가 한때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코드레드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부와 산하 정보보호진흥원이 7월초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무료로 제공하는 버그를 없앤 프로그램으로 바꿔주는 것이 가장 완전한 예방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과 주요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은 컴퓨터 바이러스 보안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준다.

최근에 출현하는 컴퓨터 바이러스는 차단 및 탐지가 점차 어렵고 변종이 다양하다. 피해규모도 크다. 코드레드도 해킹과 바이러스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 전쟁은 기술 싸움이다.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바이러스와 해킹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는 보안업체들의 공동 대응과 함께 학계도 바이러스 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보통신부가 현재 추진하는 컴퓨터비상대응팀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보안전문 인력이 부족한 영세한 기관이나 기업을 신속하게 묶어야 한다. 예보 경보체제의 확립도 시급하다.

코드레드 바이러스가 물러가더라도 신종 바이러스가 계속 만들어져 인터넷망을 통해 컴퓨터를 공격해올 것이다. 통신망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가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개인 이용자도 인터넷의 순기능만 보지말고 역기능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컴퓨터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보안 불감증 바이러스부터 퇴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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