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습관 때문에…

  • 입력 2001년 8월 8일 19시 00분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L씨(26). 두 달 전 이화여대 앞 L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깎았다.

머리를 깎다가 ‘노련한’ 미용사가 슬쩍 한마디를 건넸다.

“학생이세요? 어려 보이시는데.”

“아뇨. 증권회사 다녀요.”

L씨는 그 즈음 오랜 ‘백수생활’을 벗어났다는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

머리를 깎고 나자 미용사는 1만원을 요구했다.

“대학생은 5000원이고, 직장인은 1만원이에요.”

L씨는 ‘아차’ 싶었지만 훗날을 기약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두 달이 흐른 뒤 L씨는 학생증을 챙겨 들고 다시 L미용실을 찾아갔다. 그날따라 머리를 깎던 도중 L씨의 휴대전화가 연신 울려댔다.

“바쁘신가 봐요?”

“아니요, 학생이 뭐가 바쁘겠습니까. 하하….”

L씨가 계산을 하러 카운터에 가자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긴장이 풀린 L씨는 박력 있는 목소리로 “네, 영업부 XXX입니다”를 외쳤다.

순간 머쓱해진 분위기가 감돌았고, 이를 감지한 L씨가 서둘러 계산을 마쳤다.

“1만원 맞죠?”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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