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건교부의 으름장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31분


“정부 정책결정 사항에 대해 반박성명 발표 등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강력히 경고한다-항공국장.”

건설교통부는 1일 신규 증편 국제선 항공노선 배분을 발표한 후 이같이 밝혔다. 노선 배분결과에 대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사에 편파적”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경고’다. 부처에서 정책 발표 후 이 같은 ‘입단속’을 하는 것은 탈(脫)권위주의 정부에서는 드문 일이다.

항공사 영업의 기본은 노선권. 어떤 노선을 얼마나 갖느냐에 따라 수익성과 시장점유율 등이 좌우된다. 업체로서야 건교부의 노선배분 여하에 따라 사활(死活)이 달려 있어 이견이나 의견을 내놓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교부는 항공국장 수송정책실장 국제항공협력관(1∼2급) 등 국장급 간부들이 노선 배분을 결정해 장관의 결재를 받는다. 배분 기준은 ‘국제항공 정책방향’.

99년 항공국 내 내부지침으로 만든 ‘정책방향’에는 ‘단거리는 아시아나항공, 장거리는 대한항공’ ‘운항규모비율(시장점유율)은 6 대 4’ ‘후발업체 우선 배려’ ‘사고항공사 불이익’ 등이 있다. 즉 대표적인 민간서비스 업종인 항공업계의 업체간 시장점유율을 정부 부처 일부에서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문제는 원칙. 건교부는 이번에 ‘정책방향’과 함께 노선특성, 항공사별 선호도, 시장개척 기여도, 노선별 운항격차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배분된 노선 중 아시아나항공에 몰아준 ‘최고 황금노선’ 서울∼도쿄 주 21회에 대해 건교부는 “기존 노선권이 ‘28 대 5’여서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항공기 보유대수는 아시아나항공의 약 2배이고 노선은 배분받았으나 사용하지 않은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약 2배 많다. 아시아나항공 설립 후 배분된 일본 노선은 대한항공 47회, 아시아나항공 96회다.

건교부는 노선배정 때마다 다른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이런 힘이 뒷받침되므로 업체에 ‘입단속 경고’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매번 뒷말이 많은 노선 배분에 진정 객관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때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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