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2001 프로야구 전반기 결산(1)

  • 입력 2001년 7월 26일 17시 13분


현대유니콘스

막강 투수진 현대의 위력은 올 시즌에도 여전했다. 오프시즌 동안 에이스와 불펜진의 핵심을 잃었고, 1, 2번 선발이 제 모습을 되찾는 데 두 달이 걸렸지만, 현대 투수진은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3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타선은 약간 얘기가 다르다. 간판타자 박재홍과 전년도 타격왕 박종호가 최악의 부진을 보였고 팀 타율은 최하위. 그럼 현대의 공격력은 하위권? 천만에. 현대는 팀 득점 1위팀이다. 타율은 낮지만 홈런과 볼넷은 모두 리그 최다. 현대는 확실히 '이기는 법'을 아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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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생 듀오 신철인과 마일영. 신철인은 초반에는 조웅천, 중반 이후에는 위재영의 공백을 거의 완벽하게 메워 주고 있다. 불펜 임무를 맡으면서도 60탈삼진으로 팀내 3위. 마일영은 선발과 구원을 오가면서 승수와 방어율 팀내 1위를 기록 중이다. 병역을 마치고 5년만에 선발투수로 복귀한 전준호는 팀의 주축 투수로 자리잡았고, 투수로 변신한 권준헌, 루키 송신영도 불펜에서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 냈다.

박경완은 지난해에 비해서는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최고 포수이고 팀내 최고 타자이다.

3년만에 풀타임 주전 자리를 되찾은 이숭용은 .324/.399/.486을 기록 중이고, 베테랑 전준호도 .324/.416/.447의 성적을 올리며 최고의 1번타자라는 명성을 되찾았다.

Cold

'양박' 박종호&박재홍. 90년대 후반의 가장 꾸준한 타자 중 하나인 박재홍은 올 시즌 예년과는 딴판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의 5년간 평균 성적은 .297/.391/.560. 올해는? .253/.353/.426. 지난 2년간 3할대의 타율과 4할을 넘나드는 출루율을 기록했던 박종호의 전반기 성적은 .251/.350/.359이다.

당초 확실한 선발투수로 기대되었던 박장희는 방어율 5.48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후반기 전망

현대는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J.R.필립스를 오스카 엔리케스로 교체했다.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는 교체이다. 필립스는 뛰어난 외국인 타자도, 뛰어난 1루수도 아니었지만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장타율을 기록 중인 타자였다. 그 대안이 마무리투수? 이미 신철인이 마무리 역할을 잘 해 주고 있고, 위재영이 돌아올 경우 엔리케스의 위치는 불분명하다.

삼성 라이온즈

95년 이후 삼성은 팀 방어율 4위 이내에 든 적이 없다. 최근 수 년간 삼성은 투수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였고 올해 그 성과는 어느 정도 나타났다. 갈베스와 임창용은 리그 최고의 1-2 punch로 떠올랐으며 전반적인 투수진의 두터움도 갖추어졌다. 결과는 팀 방어율 2위.

그러나 호쾌한 타격을 원하는 팬들에게는 만족스럽지만은 않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김응룡 감독은 지키는 야구를 선택했고, 그 결과 팀 출루율 2위, 장타율 1위에 올라 있는 삼성의 득점 순위는 4위이다(2위와 큰 차이는 없지만).

Hot

갈베스는 뒤늦은 가세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완봉 포함 8승에 방어율 1.74를 기록하며 팀이 갈망하던 '포스트시즌용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임창용도 초반 적응기를 거쳐 선발 전환에 성공했다. 투구이닝 3위, 방어율 5위. 2년생 배영수는 초반 한때 방어율 1위에 오르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100.1이닝 동안 54볼넷/56삼진은 문제.

마르티네스는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보이며 좌우 외야의 장타력 부족을 어느 정도 만회하고 있고, 진갑용은 부상 이전까지 공수에서 리그 포수 중 최고 수준의 활약을 보였다. 이승엽은 여전히 이승엽.

Cold

DH 자리. 40홈런을 자신하던 마해영은 7홈런, 장타율 .412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나오지도 못하는 김기태보다는 나을 지도 모르겠다.

거액의 FA계약을 맺은 김상진은 30.2이닝 투구에 방어율 7.04라는 생애 최악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FA 1년 선배 이강철도 오십보 백보(방어율 6.07).

후반기 전망

선두 경쟁자 현대와 마찬가지로 삼성도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고, 역시 의문이 남는다. 삼성 내야진의 공격력은 괜찮은 편이고, 바예르가가 중심 타선에 걸맞는 공격력을 보여 줄 것인가는 다소 의심스럽다. 갑작스럽게 마무리 역할을 떠맡은 김진웅이 두 달 동안 리베라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인가도 장담하기 어렵다.

두산 베어스

두산 투수진의 강점은 불펜이다. 그러나 그것도 선발진이 어느 정도 받쳐 줄 때의 얘기. 투수 중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는 아무도 없으며 선발로 10경기 이상 던진 투수도 조계현 하나뿐이다(그러나 방어율은 5.98).

그런대로 제 몫을 해 주고 있는 구원투수진에도 불구하고 팀 방어율 4.91로 5위. 타선의 분발에도 불구하고 2강과의 거리는 아득히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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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학은 드디어 '타격의 신'의 명성을 되찾았다. 타율 .349, 출루율 .490, OPS 1.068은 모두 국내 선수 중 1위.

정수근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으며(출루율 .390, 37도루) 안경현은 리그 2루수 중 최고 성적인 .276/.391/.463을 기록하고 있다. 우즈도 여전하다.

Cold

누구도 김민호에게 공격력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OPS .578의 타자를 굳이 역대 최저 타율 기록에 도전시킬 필요는 없다.

우즈를 제외한 외국인 선수들은 타율 .193, 방어율 6.83을 기록 중이다. 스카우트 팀은 좀 더 공부해야 할 듯.

후반기 전망

박명환이 복귀했지만 아직 선발진에 가세하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이경필은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고 외국인 투수 베넷과 콜도 현재까지는 실망스럽다. 결국 필요한 것은 기존 선발진의 부활. 1위에 도전하기는 다소 벅찬 듯하지만 전열이 성공적으로 정비된다면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을 무시할 수 있는 팀은 없다.

해태 타이거즈

유스 무브먼트의 성과는 현재까지는 비교적 만족스럽다. 유망주들은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투수진은 지난 2년간에 비하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 팀들의 부진 탓이기는 하지만 포스트시즌도 노릴 만하다.

그러나 아직은 여러 모로 미숙하다. 심심찮게 폭발하는 타선이지만 팀 득점 순위는 7위에 불과하며 볼넷 순위도 마찬가지. 전통도 좋지만 도움이 안 되는 전통까지 따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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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는 2년 전 쌍방울에서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듯이 보인다. 타석 밖에서의 재능은 부족하지만 타석에서의 능력만으로도 그는 여러 감독들의 생각보다 좋은 선수이다. 데 로스 산토스는 전반기 막판의 페이스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격 5개 부문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장성호도 시즌 초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 최상덕은 지난 시즌에 이어 리그 최다 완투를 기록하며 '완투의 사나이'로 떠올랐으며, 박진철은 전반기 막판 3경기에 선발 등판, 24.1이닝 4자책의 놀라운 피칭을 선보였다.

Cold

지난해 .334를 친 타바레스는 1할 가까이 떨어진 타율을 기록한 후 쫓겨났다. 타자의 타율만을 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 주는 단적인 예이다.

확실한 선발투수로 기대되던 성영재는 방어율 5.80에 단 3경기 선발 등판하는 데 그쳤다.

후반기 전망

이종범의 복귀는 야구계 최대의 관심사이다. 전성기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엄청난 임팩트가 될 것이며, 그렇지 못하다 해도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망주들의 성장을 가로막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아에게는 올해 성적이 중요하겠지만 타이거즈에게 필요한 것은 정성훈과 홍세완의 성장이다. 31세의 이종범이 언제까지나 팀의 heart&soul 일 수는 없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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