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부실기업 해외매각 주가급락에 '속앓이'

  • 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43분


“더 이상 내놓을 대책도 없는데….”

재정경제부 K모과장은 500대 초반에 걸쳐있는 종합주가지수를 바라보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주식에 물린 소액투자자들의 불만 때문이 아니다. K과장의 걱정은 구조조정의 대명사로 돼있는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서울은행 대한생명 등 부실기업의 운명.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이들 기업의 지분을 외국에 팔아야 하는 한국측의 협상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실기업 및 금융회사 구조조정 추진 상황
구 분매각 계획발표매각 예정시한추진현황
대우자동차99년 11월2001년 6월미국 GM이 인수제안서 제출

산업은행이 매각협상

대한생명97년12월2001년말예보 기업실사 진행

해외매각 위한 주간사 선정

현대투신2000년6월2001년6월미국 AIG그룹과 외자유치 협상

현대증권 매각 가격 놓고 이견

정부측 매각책임자 변경

서울은행97년 12월2001년6월 독일펀드 DBCP에 배타적 우선협상권

공적자금관리위에서 적정 가격 매각 노력

▽주가 불안하면 매각협상 불리〓재경부에선 부실회사 매각과 증권시장 흐름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경부 C과장은 “아르헨티나 사태에다 하반기 경기도 당초 예상보다 후퇴할 것으로 보여 부실회사 매각협상에서 한국측이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작업이 차질을 빚으면 경기활성화 대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24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하이닉스반도체 등 기업구조조정 작업과 서울은행 현대투신증권 대한생명 등 금융회사 매각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구조조정과 경기부양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헐값 매각 우려, 관료 ‘몸사리기’도 한몫〓서울은행 대우자동차 대한생명 현대투신 등의 매각작업은 여전히 답보 상태. 서울은행 매각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제값을 받으려고 뛰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주도하고 있는 서울은행 매각엔 도이체방크캐피털파트너스(DBCP)가 9월까지 우선협상권을 갖고 매각협상을 진행중이다. 도이체방크 자회사인 이 펀드는 서울은행 경영권보다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펀드라는 점에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

현대투신증권 매각작업에는 2월부터 금융감독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 AIG와 협상을 하고 있지만 현대증권 주식값을 놓고 이견이 많아 협상이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5개월 가량 협상작업에 매달리던 진동수(陳棟洙) 금감위 상임위원이 사표를 낸 바람에 강권석(姜權錫) 증선위 상임위원으로 바통이 넘어갔다.

대우자동차는 매각시한인 6월을 넘겼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대한생명은 환란 후 공개경쟁 입찰을 부치기도 했으나 모두 불발에 그치고 아직 매각절차도 못 밟고 있는 상태. 정부는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올해 내에 꼭 팔겠다는 방침이다.

▽‘속단은 이르다’는 지적도〓정부는 최근 3개 손해보험사 매각 때 국내외 11개 기관이 참여한 것을 보면 기업매각과 금융회사 구조조정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경호(金璟浩) 재경부 공적자금관리단장은 “한국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 매각작업이 어렵지만 경영권을 행사하려는 기관들은 단기적인 금융시장 흐름보다 향후 경제전망을 더욱 중시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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