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구승평 LG필립스 디스플레이 부회장 인터뷰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58분


세계 브라운관 시장에 새로운 ‘강자(强者)’가 등장했다. 바로 LG와 필립스가 50 대 50으로 합작한 LG필립스 디스플레이다. 이달 초 출범한 이 회사의 한국측 대표이사인 구승평(具勝平·59) 부회장은 “LG필립스 디스플레이는 진정한 글로벌 회사의 모델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 2, 3위를 달리던 회사가 연합해 1위 기업을 제친 ‘교과서적 사례’일 뿐만 아니라 동등한 지분, 인력교환 등이 모범이 될 만하지요. 합종연횡이 일반화되고 있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G필립스는 최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브라운관 시장에서는 삼성SDI가 시장점유율 22%로 1위자리를 고수해왔으나 이번 합병으로 LG필립스 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은 단번에 26%까지 뛴다.

사실 ‘LCD TV다, PDP TV다’ 해서 브라운관 TV 하면 ‘한물간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요즘 이 분야 사업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했다. “처음에는 합작회사의 신규자금 모집 목표액을 20억달러로 잡았습니다. 그런데 세계 로드쇼를 거치자 35억달러나 요청이 들어왔어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우리 회사에 뭘 믿고 투자를 결정했겠습니까.”

흑백TV에서 디지털TV까지 디스플레이 분야 산증인인 그의 말을 계속 들어보자. “브라운관 TV가 100년 이상 ‘목숨’을 유지한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유리, 철판, 화학, 전자총, 플라스마 사출술 등 연관된 산업이 워낙 많거든요. 물론 현재와 같은 모양새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겠지요. 평면 브라운관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접목될 것입니다.”

구 부회장은 69년 LG전자에 입사해 공장생활을 거쳐 90년도에 TV 전자관 사업부를 처음 맡았다. 그 뒤 10년이 넘게 디스플레이 분야 LG전자의 전략을 진두지휘해왔다.

합종연횡이 확산되고 있는 세계 디스플레이 분야의 전망은 어떨까. “수년 안에 상위 몇 개 업체만 살아남겠지요. 삼성SDI는 이미 일본 NEC와 유기 전계발광소자(EL)분야 합작법인을 출범시켰고, 하이닉스는 중국 및 대만과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부문 합작회사를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일본 마쓰시타는 프랑스 톰슨과 브라운관 사업통합을 추진중이지요. 덩치가 커야 살아남게 돼있습니다.”

네덜란드 회사인 필립스와 한국회사인 LG가 하필 홍콩에 운영본부를 뒀는지 궁금했다. “중국시장에 대한 접근성 때문이지요. 특히 브라운관 TV쪽은 세계적으로 남은 시장이 중국시장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중국시장을 잡아야 아시아, 나아가 세계시장을 잡습니다.”

이 회사가 발전하다보면 브라운관만 고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LG전자의 PDP 등 신기술 사업부문과 중복될 수도 있다. 구 부회장은 “그 문제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며 여운을 남겼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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