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부시 'CEO식 국가경영' 잡음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37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워싱턴에서는 그가 ‘기업의 최고경영자 같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들을 흔히 들을 수 있었다.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들도 경영학 석사학위를 가진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그가 지나치게 비대해진 정부에 기업 경영의 원칙들을 적용할 것이며 그의 각료들 역시 노련한 최고경영자 출신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사실 딕 체니 부통령, 폴 오닐 재무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은 모두 기업의 경영자 출신이어서 부시 행정부의 각료회의는 마치 기업의 회의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부시 주식회사’의 매끈한 겉모습은 그야말로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은 부시 주식회사의 주주들(유권자들)이 이 회사의 사업계획에 대해 점점 신뢰를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생겨나게 된 것은 아마도 기업을 운영하듯이 정부를 운영하는 부시 대통령의 스타일에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다양한 유권자들의 호감을 사면서 정치적 흥정까지 해내려면 반드시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백악관은 감세 논란과 전력 문제를 다루면서 타협을 그리 내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능력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의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도 마찬가지이다. 부시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하는 동안 유럽 국가들은 더 이상 ‘미국 주식회사’의 외국 자회사처럼 취급받고 싶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귀국하자마자 가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지도자들이 지구 온난화에 대한 “내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 말해주었다”며 그러나 자기는 자기 생각이 “미국을 위해 옳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최고경영자 출신 각료들이 바뀐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고경영자 출신으로 닉슨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피터 피터슨은 “최고경영자는 상황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 다음 자기가 최종 결정을 내리지만 행정부의 각료는 상황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의회의 저항에 부닥치면서도 결국 다른 사람의 최종결정에 따라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사실 체니 부통령, 럼스펠드 국방장관, 오닐 재무장관 등은 모두 전에 정부에서 일한 경험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경영자다운 업무스타일을 보여 실무자들과 국민을 모두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부시 대통령은 전력문제와 줄기세포 연구에 관한 논란에서부터 비에케스 섬의 폭격 연습 중단 결정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슈들에서 지나치게 유권자들을 의식한 나머지 각료들이 내린 결정을 뒤집어버림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예일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가튼 대학원장은 기업을 경영하듯이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모델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모델을 부시 대통령이 변형시켰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면서 “좋은 최고경영자는 일단 결정된 정책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벌써부터 자신의 본래 방침을 철회하는 타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http://www.nytimes.com/2001/07/08/weekinreview/08SANG.html)

<연국희기자>ykook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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