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파트도 '단타매매'…분양권 전매허용 이후 극성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33분


최근 저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아파트 분양권 전매 시장이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단기차익을 노려 부동산시장에 몰려들고 있기 때문.

분양 계약 직후 주인이 바뀌는 전매율이 평균 50%를 웃돌고 최고 80%에 이르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의 ‘치고 빠지기’로 분양권에 거품이 끼었다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기 일쑤다.

▽얼마나 바뀌나〓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분양한 B사의 경우 120가구 모집에 70%가 넘는 85가구가 계약과 동시에 주인이 바뀌었다. 이 회사가 올해초 서초구 서초동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도 45가구 모집에 분양권 전매율이 80%나 됐다. 지난달 말 송파구 문정동에서 최고 270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로 인기를 끌었던 D사의 경우 377가구 모집에 절반이 넘는 201가구가 계약 직후 주인이 교체됐다.

▽왜 이러나〓정부가 98년에 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면서부터 아파트 단타매매 시장이 활성화됐다. 특징적인 것은 지난해까지는 이동식 중개업자(속칭 ‘떴다방’) 중심으로 전매가 이뤄졌으나 올 들어선 일반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B사의 관계자는 “떴다방이 뛰어들 경우 계약률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생겨 가급적 실수요자 위주로 계약을 유도하고 있는데도 전매율이 높다”며 “금융권의 초저금리에 실망한 여윳돈 투자자가 대거 참여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아파트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업체들이 단기 매매를 부추기는 것도 전매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달 초 경기 용인시에서 분양한 C사의 경우 분양계약서를 작성하는 아파트모델하우스 한쪽에 아예 분양권 전매에 필요한 장소를 마련해줬다. 이 같은 배려(?)로 이 아파트는 860가구 모집에 60%가 넘는 508가구가 전매됐다.

▽문제는 없나〓내집마련 실수요자들이 정상 분양가로 내집 마련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5월에 강남구 삼성동에서 분양된 A사의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계약 직전에 프리미엄이 최고 3000만원이 붙어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계약 직후 주인이 절반 가량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여윳돈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면서 분양권 프리미엄이 부풀려졌다가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분당신도시에서 분양한 고급 주상아파트로, 32평형의 경우 계약 직전 최고 7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으나 현재는 500만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대책이 필요하다〓격주간 부동산전문지 ‘부동산뱅크’의 김우희 편집국장은 “분양권 전매 허용은 외환위기 직후 실수요자들이 돈이 없어 중도금을 내지 못하면서 연체료를 물게 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최근에는 시중에 여유자금이 넘치는 등 외환위기 때와는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해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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