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헌출/신용은 자신의 얼굴이다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24분


우리는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대해 내리는 평가가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절감했다. 낯선 이름의 외국기관이 알파벳과 기호로 표시하는 신용등급에 따라 외국채 발행, 외국인 투자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경제활동이 커다란 제약을 받게 된다는 점을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게 되었다.

국가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신용이 중요하다. 신용은 브랜드 이미지 등 평판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신용등급을 받느냐에 따라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의 규모는 물론 이자 등 비용면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된다. 고객과 투자자들도 거래와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해당 기업의 신용등급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신용의 중요성은 개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신용도가 높고 낮음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부담하는 이자율과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척도가 되었다. 이제 신용은 국가 기업 그리고 개인에게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된 것이다.

최근 소비자금융이 크게 확대되면서 금융기관들은 서비스의 차별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개인신용 평점제도(Credit Scoring System)를 도입해 고객별로 신용상태와 거래기간, 이용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 결과에 따라 금융상품의 구성내용을 현격하게 차등화하고 있다.

특히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를 강화해나가면서 고객 계층을 수십가지로 세분화한다. 우량 고객으로 판명되면 평생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이지만 신용이 낮은 고객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거래관계를 끊어버리는 정도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제 개인들도 세심하고 체계적으로 신용을 관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그러나 요금 납부일이나 결제일을 무심코 한두번 지나쳐 버린 것 때문에 신용등급이 달라지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을 무심코 연체해 신용이 떨어지는 사례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투자나 사업의 실패 등으로 한순간에 모든 재산을 잃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본다. 물질적인 재산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신용은 한 번 그르치게 되면 다시는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얼굴에 난 상처와 같이 평생동안 그 흔적을 지우기가 어렵다.

신용은 자신의 얼굴이다. 한눈에 바라본 얼굴로 첫 인상을 갖게 되고 세월에 따라 바뀌어 가는 얼굴의 모습으로 그 사람의 연륜을 짐작하게 된다.

오랜 기간 잘 가꾸어진 신용은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헌출(LG캐피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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