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김석기/사립대 날개꺾는 등록금 간섭

  • 입력 2001년 6월 18일 18시 26분


대학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있다. 대학에서 지식을 연마하고 가르치는 교수가 교육의 주체라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권은 교육에 대한 권리로 끝나야 한다. 교권을 대학 경영에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교수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 운영의 주체도 대학교수인가? 이 질문은 많은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현재 많은 대학의 총장이 직선제로 선출된다. 총장 직선제는 대학 운영자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뽑는다는 점에서 한 때 대학 민주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총장 직선제는 피고용자 단체의 대표가 회사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피고용인이 경영의 주체가 되면 조금 일하고 많이 취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이제 교육의 주체는 교육자에게, 경영의 주체는 경영 적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바람직한 시점이다.

미국의 대학은 기여도에 따라서 봉급이나 수당이 결정된다. 그러나 국내 대학은 어떤가? 연공서열에 의해 봉급이 정해지기 때문에 봉급 조정이 불가능하다. 전공에 따라서도 차이가 없다. 국내 대학이 세계 속에서 경쟁하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대학은 어떻게 하는지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치외법권인가? 학교 당국은 학생들의 억지 요구에 너무 약하다. 교내에서 학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해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학교의 교육시책에 대항하여 불법으로 물리적 시위를 해도 적당하게 타협하려고 한다. 외국의 대학이라면 캠퍼스 경찰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불법행위가 종료될 수 있다.

국내 고등교육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는 사립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설투자나 인적투자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등록금이 자금의 원천이다. 재단은 현실적으로 자금원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대학이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려면 등록금 차별화가 허용돼야 한다. 기부금에 대해서도 각 대학의 능력에 맡기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자금을 많이 들여 좋은 환경과 교수진을 갖춘 대학이 거기에 걸맞은 투자 회수를 할 수 없다면 누가 투자하겠는가? 많이 투자한 학교는 더 많은 교육비를 받는 것이 자본주의라고 주장하면 민중의 역적이 되는 것일까?

대학도 분명히 개혁 대상의 하나이다. 학과간 정원조차 스스로 조정할 수 없는 대학, 총장선거나 대학행정이 정치의 축소판인 대학, 피고용자의 능력에 따라 봉급을 조정할 수 없는 대학,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면서 다른 부문의 개혁만 주장하는 대학, 기득권을 지키려고 교수들이 집단행동을 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대학, 학생들 눈치만 보는 대학,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대학, 이것이 우리 대학의 실상이다.

대학교육의 경쟁력이 없으면 나라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개혁에는 불편과 고통이 따르지만 대학인들이 고통을 분담하여 나라 발전에 기여하고 후손에 희망을 주어야 할 것이다.

김 석 기(고려대 교수·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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