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박정렬/평창 자연훼손 물 부족 부른다

  • 입력 2001년 6월 7일 18시 32분


봄부터 시작된 가뭄으로 평소 물이 풍부한 지역인 강원 평창군도 생업과 생활에 커다란 타격을 받고 있다. 농업용수가 모자라 모내기를 못한 논이 늘어가고 밭작물마저 메말라 시들어간다.

농민들은 급한 대로 저수지가 있는 곳은 저수지에서, 근처에 강이 있는 곳은 강에서 양수기와 경운기로 물을 뽑아 올리고 있다. 가뭄에 의한 지표수 감소와 더불어 지하수 부존량도 크게 줄어 이제는 강바닥을 깊이 파도 물이 고이지 않는 곳이 많다.

이런 와중에도 일부 몰지각한 행동으로 지역 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일이 잦다. 우선 평창과 영월을 흐르는 동강 주위 산들의 훼손이다. 동강을 끼고 있는 평창의 청옥산은 많은 산림자원이 있었지만 무분별한 훼손으로 상처를 받았다. 산림 훼손은 수분의 토양 저장을 막고, 물의 증발을 초래해 수자원 고갈을 앞당긴다.

환경자원을 훼손하는 근시안적이고 무분별한 지역 축제는 조속히 폐지돼야 한다. 평창 지역에서는 얼마 전에도 ‘육백마지기 산나물 축제’가 열렸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일급수에 사는 희귀 어종인 퉁가리를 잡는 ‘퉁가리 축제’까지 생겼다가 여론의 반발로 없어지기도 했다. 일시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근시안적 발상이 지역 환경을 훼손해 결국은 자원을 고갈시킨다.

동강 래프팅 업체들의 무분별한 행태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져 래프팅이 어려워지자 일부 업체들이 중장비를 동원해 강의 바위와 돌을 치우다 문제가 되기도 했다. 주민들의 환경의식도 낮아 강물이 줄자 너도나도 바지를 걷어붙이고 강에 들어가 물고기를 남획하는 일이 흔하다. 한순간의 재밋거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자신들의 생명을 옥죄는 짓이다. 가뭄이 심각하다 보니 이러한 문제들이 제대로 쟁점화되지 못하는 현실도 한탄스럽다.

가뭄으로 땅이 메마르면 인심도 말라간다. 양수기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양수기를 도난당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잃어버린 사람도, 가져간 사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서로 돕고 보살피는 삶의 지혜가 필요한 어려운 시점이다.

박정렬(평창환경보호연합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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