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한국의 100대 주식부자, 삼성가 선두-신흥벤처 약진

  • 입력 2001년 5월 15일 18시 20분


미디어에퀴터블이 선정한 국내 100대 부호리스트는 재계의 판도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선 현대그룹 분해에 따른 위상 약화와 삼성가의 독주가 매우 대조적이다. 또 몇 년전까지만 해도 ‘가능성’만으로 인정받던 벤처기업가들이 부호 서열 상위권에 줄줄이 랭크되면서 현재 진행중인 산업구조의 변화도 엿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삼성시대’ 열리나〓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계열분리가 가속화하면서 삼성그룹의 독주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4월초 발표한 30대 기업집단 리스트에서 삼성그룹은 현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가 서열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이회장의 부인 홍라희 호암미술관장이 4위에 오르는 등 삼성가 인사가 10위권에 5명이나 포진됐다. 삼성 계열사들은 주가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고 실적도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가의 독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대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빈자리를 지켰지만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모기업인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의 위기로 주가가 폭락 26위로 밀려났다.

▽신흥 벤처부호들의 약진〓100대 부호에 포함된 벤처기업인은 모두 32명. 벤처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 3년여 전인 것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약진이다. 올해 최고의 벤처스타인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이 8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핸디소프트 안영경 사장, 로커스 김형순 사장, 한국정보공학 유용석 사장, 다산인터네트 남민우 사장,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 등 국내 대표적인 정보기술(IT)기업들의 대주주가 100대 부호의 상위권에 올라있다. 반면 90년대 재계를 풍미하던 재벌기업의 오너들은 순위가 밀려있어 재계의 판도변화를 실감케하고 있다.

반도체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사장과 전자산업의 대부격인 대덕전자 김정식 회장 등 반도체와 통신장비 업종의 대주주들도 100대 부호에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높은 벤처기업들이 줄줄이 등록될 예정이어서 오는 9월 100대 부호기업인이 다시한번 집계될 때는 벤처기업인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복고와 서울대가 가장 많은 부호 배출〓100대 부호중에는 경복고 출신이 모두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이재용상무보를 비롯해 정몽구회장, 제일제당 이재현 부회장,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LG필립스LCD 구본준 사장, 고려제강 홍영철 사장, 남양유업 홍원식 사장, 다우기술 김익래 회장, 해성그룹 단재완 부회장, 풀무원 남승우 사장 등이 경복고 졸업생이다.

경기고 출신은 모두 6명으로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과 대한전선 설원량 회장,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효성 조석래 회장, 빙그레 김호연 회장 등이었다. 이밖에도 중앙고와 서울고, 용산고가 각각 4명을, 영동고와 이리남성고는 각각 3명을 배출시켰다.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2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13명과 9명이었다. 해외 유학파도 12명이나 됐다.

▽서울과 영남권 출신이 80%〓100대 부호중에는 서울 출신이 39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경남과 경북 출신이 각각 26명과 15명으로 영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재력가가 탄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0년대 이후 서울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경제개발이 진행돼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원과 전북출신이 각각 5명이었으며 경기가 4명, 전남 충북 충남은 각각 3명씩이었다.

▽연령별 분포〓30대가 15명이나 된다는 것이 눈에 띈다. 대기업 중에는 이재용 상무보와 서경배 태평양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 등이 있으며 벤처기업중에는 김택진 사장, 이재웅 사장 등이 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9679억원으로 100명의 부호가 가진 주식 시가총액의 15.8%였다.

100대 부호 중 최고령자는 44위에 오른 동원의 이연 회장(85). 이회장은 한진그룹 조중훈 명예회장과 함께 80대 노익장을 과시했다. 최연소 부호는 한국타이어 조양래회장의 차남 조현범씨(29)로 한국타이어(7.24%)와 한국전지(6.15%)의 주식으로 275억원의 가치를 평가받았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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