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총 정치참여 이르다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41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내년 선거부터 정치활동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군현(李君賢) 신임 교총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교총은 내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특정정당 또는 후보에게 지지·반대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총의 이번 선언에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할 만한 면이 있다. 회원 20여만명을 보유한 이익단체로서 현재의 교육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정치세력에 표를 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여러 이익단체가 각기 소신에 따라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다원(多元)사회의 바른 모습이고, 이것이 정책·이념정당 형성에 도움을 주어 정치발전을 앞당길 수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교원들의 특정후보 지지·반대운동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교원들의 정치활동은 아직 이르다고 본다. 우선 지역적 당파적 요소가 기승을 부리는 낙후된 정치현실 속에서 교원들의 정치참여는 교육현장마저 편가르기에 휘말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현장이 선거바람에 오염된다면 이는 결국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육문제에 보수적인 우리나라의 학부모들로부터는 “선생님들까지 정치싸움에 가세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특히 교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간의 미묘한 힘 겨루기 과정에서 이번 선언이 나왔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자칫하면 교직사회의 분열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정부 출범 후 교육정책 수립과정에서 전교조의 목소리는 많이 수용된 반면 교총은 소외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를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교총회장의 선언은 교육적 목적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더 가깝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

공무원들의 정치활동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유독 교원들에게만 이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당장은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 교원노조법 등 실정법에 저촉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총이 법개정작업에 나서거나, 이것이 안돼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치활동을 벌이면 교육계는 큰 회오리바람에 휩싸일 것이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혼탁한 정치로부터 교육현장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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