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추사법서'7권 펴낸 원로서예가 김승호씨

  • 입력 2001년 5월 2일 21시 49분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을 쏟아 매진하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 무엇인가 해야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몸과 마음 관리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게 곧 건강 유지와 장수의 비결이지요.”

현사(玄史) 김승호(金承鎬·73)선생. 고희를 넘겼으나 노익장(老益壯)의 정열을 불태우고 있는 대구지역의 원로서예가.

35년간 추사 김정희(金正喜)의 서법세계를 연구해 오고 있는 그는 대구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의 한 아파트에서 부인과 함께 단둘이 지내면서 저작과 창작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말 그는 추사의 서법을 총체적으로 조명한 ‘추사법서(秋史法書)’선집 전7권을 출간했다.

추사의 서예작품을 총망라한 이 책은 그가 20여년간에 걸쳐 수집한 자료를 한글로 번역한 뒤 손수 편집과 조판 과정등을 거쳐 5년에 걸쳐 펴낸 역작.

전·후편으로 된 이 선집은 전편이 추사의 해서첩(楷書帖)상권과 하권 등 5권 5책이고 후편이 추사 화집 서작집 상권과 하권 및 자신이 직접 추사체로 쓴 ‘예서 천자문’ 등으로 총 7권 9책 10462쪽 분량.

특히 제6권 추사화집에는 세한도(歲寒圖)를 비롯 난화 산수인물도 풍경도 등의 작품은 물론 추사의 화론(畵論) 등이 담겨 있어 추사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사료로서의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 된다.

컴퓨터를 활용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할 수 없었다면 선집 발간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그는 “요즘도 틈나는대로 인터넷을 이용, 자료정리와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면서 추사서법이 중국과 일본에도 보급될 수 있도록 ‘추사법서 홈페이지’ 구축도 조만간 할 생각“이라고 의욕을 불태웠다.

그는 “추사의 서체로 쓴 작품이 광복후 우리나라에서 열린 어떤 공모전에서도 출품되지 않았고 입선된 적도 없는 것은 추사서법에 대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없었기때문”이라면서“선집 발간을 계기로 추사의 서법이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사는 중국 서한예(西漢隸·서한 금석문의 서풍을 새롭게 개척한 서법)를 개발, 여기에 고졸(古拙) 단아한 한국적인 미의식과 주체성을 가미, 독창적인 추사체를 확립한 당대 최고의 서법가로 현대 서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각(篆刻·서예작품을 완성한 뒤 낙관을 찍을 때 사용하는 도장)의 대가이기도 한 그는 “옛 동양의 예술인들은 스스로 자신을 나타내는 아호 등을 도장에 새겼다”면서 “인장안의 작은 공간에 무한의 예술성을 담을 수 있는 전각은 방촌(方寸)의 예술”이라고 설파했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독학으로 추사체를 익힌 그는 현재 추사서법 연구실을 운영중이며 영남다도회와 육우다경연구회의 자문역을 맡아 다도(茶道)보급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053―634―0592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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