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첫 출연 작부역, 대사는 "몰라 몰라"

  • 입력 2001년 5월 9일 18시 48분


새침해 보여 흔히 내가 서울 강남 토박이인 줄 알지만, 나는 데뷔 이전까지 경기도 고양시에서 살았다.

1996년 중반 고3(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고교) 때 친구들의 권유로 잡지사 전속모델 공모에 응했다가 보기좋게 미끄러졌다. 2, 3개월 후 그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표지모델은 힘들고 헤어스타일 모델로는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당연히 응했다.

얼굴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연예계 생활의 재미를 알게됐고 서울에 있는 B 기획사에 소속돼 정식으로 일하게 됐다. 당시는 모든 일이 재미있어서 내 일은 물론 차 심부름 등 각종 허드렛일도 억척스레 도맡아했다.

본격적으로 TV에 등장한 계기는 뮤직비디오였다. 김현철의 <일생을>, 이승환의 <애원>, 고 서지원의 추모 뮤직비디오 등에 연속으로 출연했다. 그러면서 점점 연기에 대한 야릇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요즘 뮤직비디오는 완전히 연기자들의 독무대지만, 당시도 서서히 ‘연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었다.

그러던 중 1997년 초 기회가 왔다. MBC 수목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 제작진에게서 출연 섭외가 들어온 것. 그런데 알고보니 배역이 문제였다. 극중 배경이 ‘미인계’라는 싸구려 술집이었는데 나는 ‘춘심’이라는 뜨내기 작부 역을 맡게된 것이다. 하지만 신인이 어쩌랴. 주연이었던 이영애, 손창민 선배들하고 같이 연기하게된 것만도 영광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나는 “몰라, 몰라”를 연발하는 게 주임무였는데, 극 중 손님들이 짖궂은 질문을 할 때마다 따돌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당시 스포츠신문 등에서는 ‘미스 몰라양이 등장했다’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걱정도 생겼다. 행여 작부 이미지가 굳어지면 어쩌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혼자 끙끙앓던 시간은 엉뚱하게 ‘우동’이 해결해줬다.

나를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국물이 끝내줘요’하는 그 CF였다. 그 이후로 내가 원하던 ‘청순’ ‘발랄’ 계열의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