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태한/서비스도 ‘3세대’ 인가

  • 입력 2001년 5월 2일 18시 34분


“세계기준에 맞으니 3세대다.” “2.5세대가 언제 그렇게 빨리 바뀌나.”

휴대전화(PCS) 서비스에 난데없는 ‘세대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에 불을 붙인 주인공은 양승택(梁承澤) 정보통신부장관. 지난달 취임한 그는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CDMA2000 1X는 IMT―2000과 같은 3세대 서비스로 볼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동안 정통부가 CDMA2000 1X를 2.5세대 방식으로 ‘개념정의’했던 자세를 한꺼번에 뒤집은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CDMA2000 1X를 2.5세대, 3세대 심지어는 ‘차세대’로 얼버무리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

국제통신연합(ITU)에 따르면 양장관의 ‘개념정의’는 기술적으로 맞다. ITU는 기존 CDMA보다 전송속도가 10배 빠른 CDMA2000 1X 방식을 3세대 서비스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정한다면 한국은 세계 최초의 IMT―2000 상용화국가로 공인받게 된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2.5세대를 계속 주장한다면 세계최초의 IMT―2000상용화국가라는 ‘영예’는 10월 서비스를 시작하는 일본에 돌아간다.

사실 일부에서 CDMA2000 1X서비스를 2.5세대로 주장하는 것은 정책적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기술적 구분을 무시한 채 CDMA2000 1X는 기존사업자가, IMT―2000 서비스는 신규사업자가 맡아야 한다는 논리 때문에 ‘세대’를 나눠버린 것. 따라서 CDMA2000 1X의 세대를 찾아주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세대논쟁에 앞서 정부와 통신서비스업체는 스스로 물어봐야 할 일이 있다. 세대를 바꿀 만큼 자신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느냐다. 이론이 아닌 실제 속도와 콘텐츠가 갖춰졌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행여 엇비슷한 서비스를 하면서 ‘세계최초’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3세대론을 제기했다면 그것은 우물안 개구리 식의 ‘공명심’에 불과한 것 아닌가.

김태한<경제부>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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