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 경기바닥권 논쟁 '한창'… 투자전략상 함의는

  • 입력 2001년 5월 2일 15시 44분


국내증시에 경기바닥권탈출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4/4분기에 이미 바닥권에 도달했거나 늦어도 2/4분기중에는 최악의 국면을 지날 것이란 입장과 아무리 빨라야 4/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견해가 팽팽히 맞서 있다.

전자의 대표주자는 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SSB)과 CSFB증권이다. 후자는 메릴린치증권과 골드만삭스증권이 지지한다. 삼성증권과 현대증권 등 대다수 국내증권사들도 4/4분기 이후 국내경기의 반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신영증권은 전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편이다.

경기바닥권에 대한 상이한 입장은 단순히 거시경제지표 해석을 둘러싼 논쟁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금부터 주식을 적극적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입장과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진영간의 투자전략차이를 가져온다. 이것은 향후 운용수익률의 명암을 결정한다.

SSB는 30일자 투자보고서에서 '분기별 산업생산 증가추세를 보면 이미 지난해 4/4분기에 바닥권에 도달한후 올해 1/4분기부터는 급격히 회복됐다"고 주장한다.

이 증권사는 경기바닥권 탈출을 입증하기 위해 대다수 증권사들이 사용하는 '전년동기대비 산업생산추세'를 인용하지 않았다. 대신 경기보다 항상 앞서 움직이는 주식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전분기와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거를 피력했다. 앞분기에 비해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느냐가 경기바닥권을 판정하는 잣대라고 주장한다.

CSFB증권도 2일 "1/4분기중에 이미 경기바닥권에서 탈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3월 산업생산'의 증가와 이에 따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을 근거로 제시했다. 산업생산추세가 이어지면서 물가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반면 메릴린치증권은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30일자 투자보고서에서 메릴린치증권은 "한국경제는 4/4분기부터 바닥권에서 벗어날 것이다"고 주장했다. 1/4분기 2.0% 증가한 기계류 수출이 -2.0%(2/4분기) -9.5%(3/4분기)로 하락한후 4/4분기 -1.0%로 소폭 반등한 다음 2002년부터 4.6%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논거로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증권도 지난달 27일 한국 등 동남아국가에 대한 미국 IT업체의 신규 주문량이 감소세를 유지한다며 성급한 경기회복론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이증권사는 "미국 IT업계의 3월 신규 주문량이 전년동월대비 9.6%, 올 2월에 비교해서도 3.2% 하락했다"며 "IT업종의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경제 구조상 여전히 경기가 하강추세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4/4후반에 가서야 경기바닥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삼성증권도 2일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4/4분기이후에나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성장 기여도가 10%가 넘는 수출이 3/4분기까지는 약세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경기바닥권 논쟁에 대해 조상래 코스모투자문이사는 "어느 누구도 경기의 바닥권 통과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며 "다만 국내경기가 점차 호전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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