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건강]우리 아이 외톨이?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34분


주부 이모씨(34)는 갈수록 심해지는 아들의 ‘대인기피증’으로 걱정이 태산같다. 특히 아들은 몇 달 전부터 부쩍 말수가 줄고 엄마 아빠와 눈도 맞추려 하지 않는다. 또 학교가기를 싫어해 매일 아침 ‘등교전쟁’을 치러야 했다. 고민끝에 소아정신과를 찾아 상담한 결과 아들에게 내려진 결론은 전형적인 ‘외톨이’ 증세.

▽어린 외톨이의 증가〓외톨이는 ‘비사교적’이다. 때문에 대부분 친구가 없거나 1,2명이 있더라도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교우관계를 맺지 못한다.

대개의 경우는 괜찮지만 이같은 기간이 길어지고 반복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갈수록 외톨이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여건의 변화는 눈여겨볼 대목.

우선 급속한 핵가족화를 들 수 있다.1960년대 국내 핵가족의 비율은 66.8%였지만 최근에는 80%를 넘어섰다. 또 70년대 4.52명에서 99년 1.42명으로 급감한 출산률로 인한 ‘외동이’의 증가도 주 원인 중 하나. 이밖에 잦은 이사, 경쟁적인 교육풍토, 친척이나 이웃과의 관계 단절,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 등으로 아이들은 갈수록 ‘친구 사귀는 기술’을 잃어가고 있다.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이시형소장은 “최근 조사 결과 청소년 10명 중 1명이 ‘친구가 1명 미만’이라고 답했다”며 “부모가 자녀들의 적극적인 단체활동 참여기회를 대폭 늘려 사회성을 길러주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아이가 외톨이?〓외톨이는 어릴 때부터 또래와 잘 사귀지 못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또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왕따’나 폭력의 대상이 되면서 등교를 기피하거나 학습장애, 자퇴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외톨이 증세를 미리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점차 자녀들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데다 부모도 자녀들의 학교 성적 등에는 큰 관심을 갖고 있으나 사회성 문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자녀가 외톨이가 돼 불편과 고통을 호소할 때쯤이면 벌써 수차례에 걸쳐 대인 관계에 실패한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연령층에서 본격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오랜 기간 홀로 지내면서 주의력 부족, 언어발달 지연, 사회부적응 현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도 부모가 이를 쉬쉬한 채 전문가 상담을 꺼리는 것도 문제. 전문가들은 “본격적으로 사회성이 발달되는 5∼6세부터 자녀들의 대인관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친구는 평생의 재산〓외톨이는 ‘혼자’이기 때문에 겪는 애로사항보다 친구를 사귀는 노력이 더 불편하다고 느낀다. 또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고 판단해 그 상황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을 통해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친구는 ‘평생의 재산’이라는 조언과 함께 자녀들의 친구 관계에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편 한 여론조사 결과 외톨이 집단에 속한 청소년들의 경우 공통적으로 아버지의 무관심에 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도움말〓한림대 의대 강동성심병원 소아정신과 신지웅교수, 삼성생명공익재단 사회정신건강연구소 김은정 선임연구원)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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