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지방자치법 개정해 주민직접참가 실현"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41분


지방자치에 주민은 없다? 고양시에서는 러브호텔 문제로 2000년 한해 내내 뜨거운 논쟁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시민항쟁이 전개되었다.

당시 고양시에는 무려 20여군데의 러브호텔이 학교정화구역내에 위치하고 있었고 주택가에 인접한 러브호텔까지 합하면 영업중인 러브호텔 중 33곳과 공사중인 러브호텔 중 22곳이 교육환경,주거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었다.

또한 동양 최대의 나이트클럽이 아파트에서 50m거리에 세워지고 있었다. 이렇듯 신도시를 융단폭격하는 듯한 러브호텔 난립의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중앙행정부, 고양시와 고양시 교육청 사이에는 웃지 못할 떠넘기기가 지리하게 진행되었다.

이에 안티러브호텔운동을 펼치고 있는 공동대책위원회는 법적 미비점을 개선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과 학교 환경정화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할 책임이 있는 교육청에 문제제기를 했고 무엇보다 교육환경,주거환경을 파괴한 일차적 책임은 고양시에 있음을 누차 강조했다.

그후 고양시 러브호텔 반대운동은 급기야 고양시잔 퇴진운동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

그런데 작년말 시민들의 기세에 눌려 여러가지 해결방안을 내놓겠다던 고양시가 올해 설연휴를 앞두고 7개의 러브호텔을 추가로 인허가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여러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항의표시를 했지만 고양시의 반응은 묵묵부답이다. 이 지점에 우리 지방자치의 비극이 있다.

94년 4대 지방선거를 통해 탄생한 지방자치단체는 중앙 행정부의 권한 일부를 이양받았지만 실상 지역의 주인인 주민들은 지방자치 구조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엄청난 예산낭비와 정책실패를 저지르고 시민 다수의 의사보다는 소수 이익단체 또는 토호세력의 대변인으로 전락한 단체장이라도 차기 선거까지는 임기가 보장되는 불합리한 제도. 여기에 민(民)의 목소리는 발붙일 곳이 없다.

이미 오래전부터 시민단체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전횡을 막고 명백한 정책실패를 심판하기 위하여 '주민소환제'도입을 강하게 요구하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주민소환,주민투표,주민소송 등 주민직접참가제도 도입에 극도의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다.

자치단체장,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으로 결국 그 불똥이 중앙 정치권에 미칠 것임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주민직접참가제도에 대한 정치권의 태도는 이미 주민투표제를 처리했던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1994년 지방자치법을 개정할 당시 시민단체의 압력에 못이겨 주민투표(제13조의 2)조항을 신설한 정치권은 "주민투표에 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단서조항을 만든후 결국 몇년이 지나도록 별도 입법을 하지않아 주민투표제를 무력화하였다.

또한 과거 주민자치법에 명시돼 있던 '주민소청 및 주민소송'에도도 1988년 활용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폐지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소송 도입에 반대하는 일차적 근거로 남용의 우려를 제기한다.

정치인들은 말로는 국민의 위대성을 얘기하지만 남용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할 만큼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주민들에게 주권을 돌려주는 순간, 정치인에 대한 서슬퍼런 감시의 눈초리가 훨씬 강화될까봐 걱정하는 것일까?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소송제의 도입은 20001년 지방자치운동의 핵심적 과제이다.

단지 제도개선운동만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사를 묵살하는 자치단체장,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또는 지역의 쟁점되는 이슈를 중심으로 법제정 전이라도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소송이 시민의 힘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자치입법권 강화와 분권추진▼

우리는 현재 문명전환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선진 각국은 지방화, 분권화를 통해 생활의 다양한 요구에 직접 반응함으로써 민주주의와 다원주의의 지평을 넓혀가고, 지역문화와 지역의 독특성(locality)을 통해 사회의 역동성을 형성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우리 사회 곳곳을 짓누르고 잇는 획일주의, 집단주의는 중앙집권의 산물이다. 획일·집단·대량생산이라는 개발독재의 잔재를 벗어던지고 개성·창의성·독특한 문화라는 미래지향적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우리 사회 전반을 근본부터 재구성하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중앙 정치권과 중앙행정부는 중앙집권, 중앙통제의 미몽에서 깨어나고 있지 못하다.

현재의 지방자치구조는 분권과 자치라는 새로운 틀을 견인하기는 커녕 지방자치 활성호의 질곡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과 같은 구조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자치입법권이 확대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과거 부천YMCA에서 담배자판기 추방운동을 전개하고 그 성과로 부천시의회에서 '담배자판기 설치 금지 조례'를 제정하였지만 조례위반에 대한 벌칙조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담배자판기 설치 금지 조례'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었다.

또한 과거 청주시의회가 '정보공개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였으나 중앙행정부처에서 법률의 위임이 없는 상태에서 제정된 조례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서 법적 분쟁이 되었다.

물론 나중에 대법원에서는 청주시의회가 승소하였지만 이러한 사건은 지방자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중앙통제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3장 제15조(조례)와 제20조(조례위반에 대한 과태료)가 개정되어 자치입법권이 확대,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각종 중앙통제 장치를 제거하고, 분권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는 자치사무와 위임사무로 구별되고, 또 위임사무는 단체위임사무와 기관위임사무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기관위임사무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행정 기관의 하부조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로 분류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기관위임사무가 범람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가 일선 국가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현재 국가총사무 중 지방사무의 비중이 25%라고 한다. '반쪽짜리 지방자치'가 아니라 '25% 지방자치'라는 냉소와 비아냥이 여기에 근거한다.

현정부에서는 지방이양촉진법을 제정하고, 지방이양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인사에 대한 자치권, 재정에 관한 자치권도 매우 제한적이다. 주민에 의해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은 각종 법규에 묶여 있으며, 지방채 발행 같은 사항도 행정자치부 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적 통제구조하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독자적인 정책결정과 정치적 실험이 가능하지 않다.

셋째, 그 외에도 중앙행정부에 의한 지방통제의 수단으로 변질되어 있는 특별교부세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지방교부세법 제9조(특별교부세의 교부) 2항을 신설하여 "특별교부세를 배분하기로 결정한 경우에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체없이 그 배분사요와 배분액 등을 관보에 고시하여야 하고, 차기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삽입해야 한다.

또한 지방재정법 제30조(예산의 편성)를 개정하여 예산편성 지침을 가이드라인으로 격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을 생활정치의 활발한 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당법을 개정하여 현재와 같은 중앙독점 정당체제를 철폐하고 다양한 지역정당이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김기현/한국YMCA전국연맹 정책기획부장

(이 글은 참여사회 5월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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