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재현/수상자 빠진 시상식

  • 입력 2001년 4월 26일 18시 31분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8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은 신구세대로 나뉘어 반목을 계속해온 영화인회의와 영화인협회가 손을 잡고 치러낸 첫 행사였다. 그래서 한국영화의 축제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수상자로 뽑힌 22명 중에 조연남우상과 조연여우상, 여자인기상을 포함해 절반에 가까운 수상자가 불참했다. 대리 수상자조차 없는 경우도 많았다. 감독상 수상자였던 한지승 감독은 행사 막바지에 달려오느라 숨이 턱에 찬 목소리로 소감을 말했다.

수상결과를 미리 통보해주던 기존의 방식을 현장에서 즉석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꾼 탓이라고 하기엔 민망한 모습이었다. 당초 대종상사무국에 수상의지를 밝히며 50여편의 영화를 출품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영화계 원로에게 수여하는 영화발전공로상을 공동 수상한 마용천 조명감독협회 회장은 심사위원의 일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에도 나타나질 않았다.

3월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본 사람들은 기억한다. 대종상의 공로상과 같은 어빙 탈버그상을 받은 ‘한니발’의 노제작자 디노 드 로렌티스가 수많은 스타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할리우드가 젊고 재능 있는 사람들에게 좀 더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젊은 영화인들을 격려했던 장면을.

그러나 우리의 대종상에선 기립박수도 없었고 수상자의 감회 어린 수상소감도 없었다. 신구세대를 섞어놓은 10명의 심사위원이 막판 다수결투표로 선정한 수상결과도 일반 영화팬들의 정서와 거리가 있었다.

대종상영화제가 한국의 아카데미로 거듭나려면 주최측의 철저한 사전준비도 있어야 하겠지만 영화인들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자신이 수상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시상식장에 참석해 다른 사람의 수상을 기꺼이 축하하는 영화인들의 배려와 아량이 아쉽다.

권재현<문화부>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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