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맞벌이 육아문제 인권차원서 접근 신선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29분


요리, 육아, 패션, 인테리어. 여성 독자를 위한 신문의 배려는 대개 이 범주에서 변주되어온 편이다. 그러나 최근 여성 노동인구의 증가와 더불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상의 변화는 더 이상 신문의 관심을 고정된 성역할 범주에만 묶어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일하는 여성 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 사실이다.

동아일보 역시 이러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1월 18일자 A22면에 소개된 부동산 중개업에 부는 30대 우먼파워 기사와 2월 12일자 D1면의 .com기업 여인천하 그리고 D3면의 여성 CEO들의 프로필을 소개한 기사 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기사들은 단순히 급부상하는 새로운 여성직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적 자질, 이를 테면 섬세함이나 친근함, 끈기와 같은 덕목들이 일의 전문성에 미치는 영향과 그 효과를 비교적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직원의 절반이 여성인 경우가 많은 닷컴 기업의 문화를 예로 들면서 남성중심의 기업문화와 구별되는 그것만의 독특한 양상을 제시한 것은 무척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우려도 없지 않았다. 자칫 일하는 여성 전반이 이러한 권리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도 있었다. 아직도 관행 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타 직종 종사자들의 난관은 특혜받은 소수의 자유 만큼이나 적절한 관심이 요구된다. 첨단의 변화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그것이 야기하는 갈등도 만만찮은 법이다.

그런 점에서 3월 7일자 A24면과 25면의 '무늬만 부부…이혼을 꿈꾸는 사람들' 과 '위기의 부부…이혼만이 탈출구인가' 는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고 판단된다. 변화의 도정에 있는 현대가족의 위기를 재점검하고 그 대안으로서 동거의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모색해 보고 있는 이 기사는 예민한 사안을 심층 취재한 과감성과 성실성이 돋보였다. 다만 이 모든 문제가 여전히 가족 내부의 문제로만 다루어지는 듯해 아쉽기는 했다.

3월 13일, 14일, 15일자에 3일 동안 A30면에 게재된 '맞벌이 육아전쟁' 시리즈는 육아문제를 더 이상 가정 문제가 아닌 사회복지와 여성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어 그 문제제기 방식이 신선했다. 맞벌이 부부 가정이 전체 경제활동 가정의 40%선에 육박하고 있고 맞벌이 여성의 10명 중 8명이 이른바 '생계형' 취업자라면 이제 육아문제는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출산휴가를 90일로 정착시키고 '육아휴직제' 를 정착시키는 방안부터 강구하자는 이 시리즈의 결론에 공감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금 더 연재를 연장해서 차근차근 문제를 되짚어나갔더라면 더 많은 논의가 가능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타당한 해결책이라고 여겨진다. 다음을 기대해본다.

신수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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