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건설-전자 왜 적자 급증했나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32분


한국 경제가 ‘현대 쇼크’로 흔들리고 있다. 현대건설이 지난해 3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데 이어 현대전자도 2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불과 1년 사이에 두 회사에서 천문학적인 적자를 낸 원인은 크게 △삼일회계법인의 ‘회계반란’ △경기 둔화에 따른 영업 부진 △지속되는 유동성 위기에 따른 신뢰 하락 등으로 나눌 수 있다.

10여년동안 두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아 온 삼일회계법인은 2000년 회계감사를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기준을 적용했다. 동아건설의 파산 과정에서 ‘부실 감사’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문책론이 높아진 때문이었다. 99년까지만 해도 장기간 받지 못하고 있던 미수금에 대한 충당금 적립금이 5%선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50%이상 쌓도록 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받지 못한 공사 대금의 50%인 5554억원을 이번에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했다. 다른 공사에서 받지 못한 미수금에 대해서도 5858억원이나 충당금을 쌓았다. 또 재고 자산의 평가손실 3959억원을 특별 손실로 계상했다. 게다가 일부 해외 공사에 대한 확인이 힘들다는 이유로 감사 의견을 ‘한정’으로 제시했다.

현대전자에 대해서도 유가증권 지분법 평가손실 7853억원, 반도체 개발비 감액손실 6437억원 등을 계상했다.

이같은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대규모 적자라는 점에서 보면 두 회사의 기업 가치가 갑자기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발생한 부실을 작년 한해에 반영함으로써 적자 규모가 커진 것이다. 다만 현대건설의 경우 대규모 적자로 인해 자본이 전액 잠식당함으로써 회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문제다.

지난해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반도체 가격이 급락한 것도 두 회사의 적자 규모를 크게 늘렸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00억원선에 머물렀다. 99년의 3138억원과 98년의 5002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현대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1조5000억원에 그쳤다. LG반도체를 인수했기 때문에 99년의 6461억원보다는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작년 상반기중 영업이익이 1조2650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특히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5월부터 3개월 단위로 되풀이된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도 두 회사의 경영을 압박했다. 불충분한 자구 계획으로 채권은행단이 대출을 회수함으로써 더 높은 금리를 내는 단기자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생겼다. 은행들이 기존 여신의 만기를 연장해 주기는 했지만 상당부분의 대출은 상환하지 않으면 안됐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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