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환/개헌론은 정권욕서 나온 궤변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26분


집권당을 비롯한 일부 정치세력이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 개헌을 시도하려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헌은 안된다. 그럴 시기도 아니며 그럴 이유나 필요성도 없다. 무엇보다 국민이 바라지 않고 있다. 굳이 개헌을 한다면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받아 다음 정권에서 하되 내각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차기 정권의 창출과 직결되는 개헌은 대선이든 총선이든 그 과정에서 공론화하는 것이 정상이다.

개헌론자들의 주장은 대통령 4년 중임제로 레임덕을 방지하고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부통령제를 통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지역주의를 완화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한마디로 그들의 논리와 이유는 아전인수적인 궤변이다.

첫째, 레임덕이나 책임정치 부재는 대통령의 임기나 부통령의 유무가 원인이 아니다. 본질적으로 레임덕은 권력의 독점과 전횡, 일단 선거가 끝나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대통령제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현 정부가 때이른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정권의 도덕적 권위 상실과 리더십의 실패 때문이다. 대통령이 총리와 내각에 힘을 실어주면서 스스로 권한을 제한하고 야당과 진솔하게 협력하면서 겸손하게 국정을 도모한다면 레임덕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단임제에서도 차기 정권 창출에 혈안이 되고 있는데 중임제가 되면 현직 대통령의 재선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초임 4년은 재집권을 위한 준비기간이 되고 말 것이다. 이런 판에 중임제를 한다고 책임정치가 잘 되겠는가. 결과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는 5년 단임을 8년 단임으로 바꾸는 꼴이 될 것이므로 5년에 한번씩 국민이 정권의 책임을 묻고 심판할 수 있는 지금의 제도가 더 나은 편이다.

둘째, 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무지의 소산이거나 기만이다.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눠 갖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권력의 본질을 외면한 채 부통령이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든다는 것은 권력투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고 정치파탄으로 직결될 것이다. 대통령의 절대권력은 부통령이 아니라 의회민주정치를 구현함으로써 국회가 견제해야 한다. 부통령제가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부통령 후보는 항상 지역주의가 가장 심한 곳, 예컨대 영호남 등 특정지역이 독점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지역연합을 대통령 선거의 근간으로 구조화하고 그 결과는 모든 지역을 지역주의로 끌어들이게 될 뿐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개헌은 정권 연장을 위한 폭력적 정변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으며 현재도 이같은 음모적 차원과 다를 바 없다. 결론적으로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 개헌은 지역연합을 통해 재집권하려는 집권당이나, 대통령이 아니면 부통령이라도 하려는 특정인들의 집권 프로그램을 위한 정치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김대중 정부는 지금 정상에서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할 시기다. 탐욕과 집착의 질곡에서 해방돼 유시유종의 역사를 준비하는 용기와 결단이 그래서 절실하다.

김용환(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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