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300원시대]强달러-弱엔 이중암초 수출입 해법찾기 비상

  • 입력 2001년 3월 20일 18시 33분


예상치 못했던 국제적인 환율변동에 국내 기업들이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하다. 특히 15년 만의 ‘고(高)달러’와 함께 나타난 원화와 엔화가치의 동반폭락(환율이 오름)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간연구소나 기업의 올해 예상 평균환율은 달러당 1150∼1200원대. 그러나 1·4분기도 지나기 전에 이미 달러당 1300원을 넘나들고 있는 데다 미일정상회담 이후 달러강세 현상이 더욱 분명해질 전망이어서 환율대책은 올 한해 기업경영의 최대 변수가 됐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환율 리스크팀’을 가동하고 있고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은 ‘달러 강세 엔화 약세’라는 이중의 변수를 놓고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기업들이 △한미일 3국간 통화의 급격한 변동 △경쟁국 통화의 동반하락 △한국과 일본의 산업구조차이 △일본으로부터 부품수입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푸는 고차방정식 문제를 놓고 해법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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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업체는 울상 〓원화가치 하락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업종은 정유 유화 항공 해운 전력 등이다. 관련업체들은 당장 원자재 가격과 외화표시 부채에 부담을 줘 채산성이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통화헤징(리스크 회피)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 거액의 환차손이 불가피하다. 석유제품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국내 시판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에쓰오일이 ‘저가전략’을 고수하고 있어 다른 정유사들은 가격을 함부로 올리기도 어렵다.

▼글 쓰는 순서▼
- 환율 왜 오르나
- 우리 기업 준비됐나
- 달러로 계산할게요
- 고환율시대 환테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원화가치가 1원 하락할 때마다 28억원과 14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정도로 원화가치의 변동에 민감하다. 원당 밀가루 밀 옥수수 등 원료를 대부분 수입하는 제일제당은 환율이 1300원대를 유지할 경우 연간 200억원의 환차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다시 짜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수출업체는 웃음 〓연초에 내수보다는 수출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업무계획을 정한 전자와 자동차업계는 원화가치하락을 반기고 있다. 올 초 원―달러환율을 1050원으로 잡은 삼성전자의 경우 환율이 1300원을 오르내리자 연간 2조원이 넘는 환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은 원화와 엔화가치의 동시하락이 가져올 파장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세계 각 시장에서 일본제품의 가격동향을 점검하고 있다.한편 섬유 의류 등 일본제품과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경공업 업종은 원화가치 하락이 수출증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수출마케팅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무역협회 이인호 동향분석 팀장은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원화와 엔화가치가 동시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엔화가치의 하락폭이 약간 더 크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원화와 엔화비율이 10∼12 대 1 수준이면 수출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10.5 대 1수준인 현 상황은 일단 우리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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