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우리 말 우리 글

  • 입력 2001년 3월 16일 19시 06분


◇우리 말 우리 글/전국국어교사모임 지음/292쪽, 1만원/나라말

새 봄, 교실 창문 밖으로 들려오는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의 목소리가 참 싱그럽다. 올해엔 그 아이들의 국어 공부가 더욱 또랑또랑하고 우렁찰 것 같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새롭게 꾸민 제2의 국어 교과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선생님들이 실제 수업 현장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영역을 통합해 꾸민 새로운 차원의 국어책. 학교 수업시간에 보조교재로 활용해도 좋고,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활용해도 좋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철저한 아이들 눈높이. 아이들이 늘 접하는 일상생활이 소재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자기 소개하기, 내 몸 이야기하기, 내 인생의 10대 뉴스 말하기, 내 인생의 미래를 그래프로 그려 보기, 텔레비젼 바로 보기, 광고 만들기, 촌극 발표하기 등등. 한글 맞춤법이나 시 쓰기, 소설 읽기 같은 고전적인 국어공부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책에 나오는 사오정 이야기를 보자.

사오정이 친구들이랑 차를 마시러 갔거든. 점원이 묻는거야.

“손님,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그러니까 사오정들이 주문을 시작했어.

사오정1:나는 커피

사오정2:나도 녹차

사오정3:나도 콜라

마지막 사오정이 말했어.

사오정4:아저씨 여기 우유 네 잔.

그리곤 ‘이 이야기는 세상의 어떤 모습을 꼬집고자 하는 걸까’ 하고 질문을 던지고 생각과 토론을 유도한다.

이 뿐이 아니다.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OX 퀴즈게임도 있다. 반딧불이는 짝을 유혹하려고 빛을 낸다? 쥐는 1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구멍을 빠져나가지 못한다? 고릴라가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동료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다? 등등.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눈에 선하다.

물론 ‘어떻게 이런 것이 국어수업이 될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너무 ‘지식 중심의 국어’라는 생각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국어는 듣고 읽고 쓰고 말하는 것 이상, 즉 지식 이상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나 소재들이 모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국어를 느끼고 체화하도록 해준다. 국어를 아이들 일상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국정교과서가 좀 묵직하고 정통적이라면 이 책은 재기발랄하고 다양하고 경쾌하다. 현행 국정교과서의 빈틈을 메워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열정. 그 덕분에, 우리 아이들의 국어가 더욱 푸르게 자라날 것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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