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곽승준/재벌2세 능력 철저한 검증 아쉬워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32분


한국언론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독자들은 신문에 대해 주로 신속하고 정확한 보도, 객관적이고 공평한 기사, 비판과 견제, 올바른 가치관의 확립 등과 같은 기능에 기대가 크다고 한다. 특히 객관적이고 공평한 보도, 비판과 견제의 기능은 기사의 신빙성과 사회정의 구현 측면에서 보아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동아일보는 12일자 A9면 ‘이재용씨 전자상무보 선임’ 기사에서 삼성의 인사이동을 보도했다. 아울러 이씨의 경영일선 참여에 대한 해설기사도 부가했다. 해설 기사는 이씨가 영어 일어에 능통하고, 중국 고문을 독해할 능력도 있으며 나아가 국제자본시장의 흐름에도 익숙하다는 주로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하지만 검증받지 못한 재벌 2세의 경영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을 것이다. 2세가 승계한 많은 기업의 급속한 경영악화 사례에서 이미 부정적인 면도 증명됐다.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이 글로벌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경영의 투명성이나 개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씨가 상무보가 돼야 한다, 아니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씨의 능력을 검증하는 절차가 있어야 하고, 나아가 그가 그만한 능력을 갖추도록 비판하고 감독하는 기능이 중요하다. 새로 경영에 참여하는 재벌 2세에 대한 단순한 홍보성 기사는 본인에게도,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안된다. 객관적이고 공평한 보도와 비판과 견제의 기능이 아쉬운 기사였다.

동아일보는, 새해 첫 사설 ‘경제, 원칙을 지켜라’에서 보듯이, 금년 들어 시장경제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최근 현대그룹 채권단이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현대석유화학 등 현대 3사에 대해 다시 대규모 자금지원을 결의한 것은 경제원칙에 상치된다. 특히 자구실적이 아직 부진한 상황에서 계속 자금지원에 나서는 것은 부실기업 상시 퇴출 시스템과도 어긋난다.

동아일보는 14일자 A5면에서 현대 3개 계열사의 추가지원에 대한 비판기사를 보도했다. 도표와 심층해설을 부가한 내용은 전문성과 분석력뿐만 아니라, 그동안 동아일보가 견지해온 논조와도 일치된다는 측면에서도 돋보인 기사였다.

14일자 A2면에서는 정치, 사회, 환경적으로 쟁점과 갈등이 되고 있는 새만금사업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사실 새만금사업 논쟁의 핵심은 경제성이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면 수질은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그만한 비용을 투자할 이유가 있느냐, 즉 비용 이상으로 편익이 발생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그런 만큼 새만금사업 논쟁을 경제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 이 기사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환기시켰다고 할 수 있다.

여론 분열 현상을 보이는 중요 국가사업에 대해 정책 결정자가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단발성 기사가 아닌 전문성 있는 연속적인 기획기사도 준비해 볼 시점이다.

곽승준(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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