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 음악뒤집기]노장 'U2'와 '들국화' 귀환의 의미

  • 입력 2001년 3월 13일 14시 16분


노장들의 화려한 귀환이 이어지고 있다.

99년 산타나의 'Smooth' 앨범으로 시작된 노장들의 귀환은 이듬해에도 에릭 클랩튼과 비비킹의 합작 앨범 'Riding With The King'으로 이어졌고 비틀즈의 편집앨범 '1'은 세계 154개국에서 출시됐다.

또 아일랜드의 록 그룹 U2는 3년만에 발표한 앨범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를 통해 전작 'Pop' 앨범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고 제 2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사실 U2가 97년 발표한 'Pop'에서 보여준 과도한 전자음의 사용과 댄서블한 사운드 믹싱은 '이제 U2도 한물 갔구나'라는 조소를 불러일으켰고 그들을 기로에 서게 했다.

하지만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를 통해 U2는 암울하고 사색적인 사운드로 복귀함으로써 젊은 혈기로 세계를 제패했던 아일랜드 록 밴드의 건재를 과시했다.

1984년 마틴 루터킹 목사의 추모곡 'Pride(in the name of love)'가 수록된 앨범 'The Unforgettable'을 시작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U2는 87년 이어 발표한 'The Joshua Tree' 앨범의 'With Or Without You'의 빅히트로 80년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 매김했다.

특히 이들은 레이건의 신 냉전주의적인 이데올로기 속에서 소외받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적인 가사로 보여주었고 각종 인권행사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U2의 저항의식은 80년 사람들이 듣기 좋아하는 팝 가수들의 음악과 선을 그으며 당대를 대표하는 슈퍼밴드의 반열에 올려놓게 했는데 다양한 음악적 변화를 통해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노장의 귀환은 한국 록의 대명사 '들국화'에게도 유효하다. 전인권의 절규와 최성원의 여린 감성을 만날 수 있었던 80년대 들국화는 분명 국내 대중음악의 가능성이었다. 80년 그들이 외쳐댔던 '그것만이 내 세상'과 '행진'의 절규는 당시 80년대 경제적 여유 속에 도사리고 있던 교묘한 통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탈출구였다.

특히 소극장에서만 연주되던 그들의 음악은 철저한 싱어송 라이터의 감각과 역량을 선보였고 별도의 미디어 도움 없이 80만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1집 이후 잦은 멤버교체 등으로 들국화는 와해되었고 10년 이상 우리는 그들을 만날 수 없었다.

얼마 전 들국화의 헌정 앨범 발매와 이를 기념한 공연이 있었다. 이 공연에서 후배 윤도현, 김장훈, 크라잉 넛과 함께 한 전인권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올지 궁금하다. 암울한 80년대의 탈출구가 돼주었던 그들의 음악이 21세기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기를 기대한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