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아휴 입냄새"…90%는 구강질환 탓

  • 입력 2001년 3월 6일 18시 40분


《광고대행사 직원인 이모씨(38)는 요즘 말수가 줄었다. 2, 3주 전부터 입을 열 때마다 구린내가 나기 때문. 아이디어 회의가 열릴 때마다 할 말은 많았지만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주위에선 ‘드디어 술병이 났다’며 쑥덕댔고 더러 ‘속병일 줄 모르니 빨리 병원에 가라’며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의 경우 잇몸병이 원인이었다.》

입냄새는 냄새를 맡게되는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뿐 아니라 냄새를 풍기는 자신까지 위축시킨다.

입냄새는 수 천 년전부터 인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유대인의 교육서인 ‘탈무드’엔 입냄새가 심한 아내와는 이혼해도 좋다는 랍비의 판결이 실려있고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촬영장에서 비비안 리가 클라크 케이블의 입냄새 때문에 키스신 도중 졸도했다는 일화도 있다.

◇내 입냄새는 어느 정도?

- 대화 도중 상대방이 가끔 얼굴을 돌리는 것 같다.

- 내 입냄새를 느낀다.

- 이를 안 닦는 날도 있다.

-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이 끈적하다.

- 입안이 자주 마른다.

- 당뇨병이나 간질환이 있다.

- 소화제를 자주 먹는다.

- 잇몸 색깔이 선홍색이다.

- 혀가 까슬까슬하고 하얗다.

- 스케일링한지 6개월이 지났다.

- 잘 때 입을 벌리고 잔다.

- 재치기를 하고 나면 냄새가 나다.

- 사랑니가 있다.

- 충치가 있다.

- 양치질 시간이 1분 이내이다.

- 치료받은 이가 여러 개 있다.

- 크라운을 씌운 이가 있다.

- 피곤하면 잇몸이 자주 붓는다.

- 음식물이 이 사이에 자주 낀다.

0~4개=입냄새가 안 날 수 있다. 5~8개=입냄새가 날 가능성이 많다.

9~12개=분명 입냄새가 난다. 13개 이상=심한 입냄새가 난다.(예치과 김석균원장의

'나는 스마일을 디자인하는 남자'에서)

▽입냄새는 왜 생길까?〓갑자기 입냄새가 나면 속병을 의심하곤 하지만 이씨처럼 구강질환 탓인 경우가 90%. 나머지는 코곁굴염(축농증) 코염(비염) 등 코질환이나 간 콩팥 위장 허파 등의 병 때문에 생긴다. 구강질환일 때엔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이 주범. 이 세균은 혀 안 깊숙한 곳이나 뺨에 많으며 충치나 잇몸질환이 심해지면 입안의 단백질을 분해해 휘발성 황화합물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악취가 생기는데 특히 잇몸병이 그림과 같이 악화될 때 고약한 냄새가 난다. 악취는 염증이 심하고 치태와 설태가 많을수록, 침이 적을수록 심해진다. 어린이의 경우 충치가 없는데도 입냄새가 난다면 ‘어린이 잇몸병’일 가능성이 높다. 잇몸병은 어른에게만 있다고 생각하지 쉽지만 비스킷 크래커 등 과자를 많이 먹는 아이에게도 잘 생긴다.

▽이럴땐 내과질환 의심〓입을 다물고 콧바람을 불었을 때 냄새가 나면 입안이 아닌 호흡기나 소화기 계통의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모주망태의 입에서 썩은 달걀냄새가 나면 급성 알코올간경변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입에서 지린 냄새가 나면 콩팥기능저하증, 시큼달큼한 냄새가 나면 당뇨병, 식초냄새가 나면 위장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기침 가래와 함께 입냄새가 심해지면 호흡기질환일 수 있으며 코곁굴염이나 코염이 있어도 구린 입냄새가 난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으면 치과에서 핼리미터라는 구취측정기로 휘발성 황화합물을 측정하고 타액검사 등을 통해 입냄새의 원인을 밝힌다.

▽병이 없어도 입냄새가 난다〓월경 때나 임신중인 여성은 호르몬 분비 상태가 변해 입냄새가 날 수 있다.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마를 때에도 입냄새가 나지만 대부분 물을 마시거나 이를 닦으면 금세 없어진다.

입냄새는 침 분비에 이상이 있을 때 심해지는데 이는 침의 세정작용이 방해받기 때문.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침샘의 기능이 떨어져 입냄새가 나며 담배의 타르 성분도 입안을 건조하게 해 입냄새를 일으킨다.

▽입냄새를 없애려면〓구강질환이나 속병이 있는 사람은 원인질환을 고쳐야 한다. 치과에서 스케일링만 해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지만 잇몸병이 심할 경우 잇몸의 고름을 빼내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랑니를 뽑는 것도 입냄새 예방에 좋다.

양치질 때 혀 안쪽과 뺨을 꼼꼼히 닦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는 침샘을 자극해 입냄새를 없앤다. 입냄새가 약간 날 땐 물과 과일주스를 자주 마셔 입안을 촉촉하게 만들면 냄새가 사라진다.

특히 토마토주스의 아놀린이라는 성분은 황화합물 분자를 깨뜨려 입냄새를 방지한다. 그러나 입냄새가 나기 시작할 무렵 양파 마늘 파 고사리 달걀 무 겨자 등은 냄새를 악화시키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도움말〓대한치과의사협회 김지학공보이사)

<이성주기자>

stein33@donga.

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