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코리아로 가는길]정보 홍수 시대…"분류안된 자료는 쓰레기"

입력 2001-03-05 18:39수정 2009-09-21 03:5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해 9월 호주 시드니 올림픽 현장에서는 위성 안테나를 단 자동차가 세계인의 눈길을 끈 적이 있다.

이 자동차는 올림픽을 구경하러온 관광객과 다른 나라 전화 가입자의 전화 연결을 위해 5분마다 장소를 옮기며 이동 중계소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자동차에 장소를 이동하라고 명령을 내린 곳은 뉴질랜드와 미국의 통신회사 본부였다.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 주변에서 통화량이 폭주해 불통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이동 중계기를 현장에 투입한 뒤 통화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중계차를 5분 단위로 움직였던 것.

통신회사들은 본국에서 불통의 원인과 발신지의 통화 패턴을 분석, 전화 걸기에 적당한 시간대를 알려주는 고객 만족 서비스까지 실시해 다른 회사의 가입자들을 끌어오기도 했다.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제공하느냐를 놓고 기업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인터넷이 거래 수단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은 폭증했다.

하지만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 등 첨단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도 다양하고 수준 높은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데이터를 만들어 ‘맞춤형 서비스’를 실시하는 국내 기업은 별로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에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를 제조하는 사이베이스사는 ERP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 중 70%가 데이터의 분석과 이용에 쓰이지만 대부분의 데이터는 고객을 상대할 때 사장(死藏)된다고 밝혔다.

이같이 정보의 양은 많지만 쓸 만한 데이터를 얻지 못하는 현상을 놓고 ‘쓰레기가 들어왔다가 나간다(GIGO·Garbage In Gar―bage Out)’는 말이 생겼다.

▽첫 설계가 성패를 좌우〓지난달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의 사이베이스 본사. 이 회사에서 수석 관리자로 일하고 있는 헬렌 왈드먼은 “데이터를 이용할 때 정보의 공유와 전사적인 모델(Enterprise Model)을 고려해야 한다”며 사이베이스의 데이터 창고(Data Warehouse) 구조를 설명했다.

이 데이터 창고는 외부에서 들여온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가공 처리한 뒤 고객의 신상에서부터 구매 행위 분석에 이르기까지 70여 가지의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며 회사의 모든 부서가 정보를 공유하고 호환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사이베이스는 지난해 벨기에의 텔레넷과 스웨덴의 텔리아 등 세계 각국 통신회사에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패키지 제품을 팔아 9억6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순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67% 늘어난 1억1550만달러로 회사 수익은 주로 데이터 설계 노하우에서 나왔다.

왈드먼씨는 “부문별로 데이터 이용 장소를 먼저 만들고 나중에 회사의 데이터 창고를 짓는 상향식(Bottom―Up) 설계는 100% 실패한다”며 “처음부터 크게 생각해야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베이스측은 이런 패키지 상품도 원천 데이터의 분류와 최종 데이터 설계는 상품을 사들인 회사가 맡아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데이터의 설계는 아웃소싱이 거의 불가능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국내 전문가들은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와 같이 외부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그대로 도입하면 자원의 낭비를 가져온다고 경고하고 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문송천 교수는 “정보시스템의 성패는 하드웨어 20%, 소프트웨어 30%, 데이터웨어에서 50%가 결정된다”며 “그동안 외국산 정보시스템 개발 방법론이 9가지나 도입됐지만 참담한 시행착오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교수는 부문별 데이터 설계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ERP 데이터만을 분석하는 시스템은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기 쉽고 ERP를 통합할 수 있는 전사적인 모델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경영 마인드를 프로그램 중심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데이터의 가치를 감별하는 전문가를 육성하거나 데이터 관리를 전담할 부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태원 D&I컨설팅그룹 사장은 “업무부서와 전산 부서가 구분돼 있는 것이 국내 현실”이라며 “현업과 전산 부서의 중간에서 정보의 질을 관리하는 부서가 있어야 데이터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데이터 설계와 관리를 전담하는 특수부서를 만들고 있다. 시스템통합업체인 LG―EDS측은 “시스템 설계와 자료 입력을 담당하는 팀을 전산관리팀과 별도로 운영하며 시행착오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