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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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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하와이 앞바다에서 일본 고교실습선과 충돌사고를 일으켜 9명의 인명피해를 낸 미국 핵잠수함 '그린빌'의 스콧 워들 함장은 지난달 28일 하와이 주재 일본영사관에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사과했다.
미국측은 사고 직후 사고의 책임이 미국측에 있다고 밝히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고위인사들이 잇따라 일본에 사과했다. 토마스 폴리 주일 미국대사는 이임 날짜를 연기하면서까지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27일에는 파론 해군작전부부장이 부시대통령의 사과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고직후 책임자인 함장이 뻣뻣하게 나온 것과 핵잠수함 승무원들이 침몰하는 실습선을 보고도 구조활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소식이 일본인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일본 언론과 국민은 워들 함장이 일본영사관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정중한 사과를 한 뒤에도 피해자 유족에게 직접 사과해야 마땅하다며 미국측을 계속 몰아세우고 있다. 심지어는 "함장이 사죄의 뜻으로 할복은 못할 망정 유족들을 만나 무릎을 꿇고 엎드려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쯤되자 미국에서는 "그만큼 사과하면 됐지 않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7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우리는 충분히 사과했다. 일본정부도 종군위안부나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살 등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문제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이 미국의 책임과 잘못을 끝까지 추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콧대 높은 강국 미국이 쩔쩔 맬 정도로 끝까지 강공을 퍼붓고 있는 일본인들이 정작 자신의 역사적 잘못에 대해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영이<도쿄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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