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이미지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48분


◇'이미지' 범람이 시대…우리것을 찾자/유평근·진형준 지음/308쪽, 1만원/살림

우리는 바야흐로 이미지가 폭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른바 ‘정보·이미지시대’의 도래라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이미지의 범람이 가져올 인식론적 가치론적 혼란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억압됐던 인류의 잠재적 인식역량을 재평가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 책은 이 시점에서 이미지의 개념과 역사에 대해 잘 정리하고, 그 문명사적 의미를 깊게 탐구한 노작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눈여겨봐야 할 까닭은 이 책이 지난 20여년 간 상상력 연구에 헌신해온 사제(師弟) 학자의 꾸준한 노력의 결실이라는 점 때문이다.

저자들은 우선 근래의 이미지론에 대해, 이미지의 부활 현상을 단순히 디지털적 사유방식의 결과물로 치부해 버린다면, 세계가 다시 서구의 합리주의 중심으로 재정립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

저자들에 의하면 이미지의 창출은 우리가 직접 볼 수 없는 것을 지극히 동경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 세상은 절대적 형태의 모방이고 이미지이지만 흔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지, 그 절대성은 이미 상실된 것이다. 여기서 이미지는 절대 존재에서 추락한 존재이지만, 반대로 그 근원에 다가갈 수 있는 열쇠란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서구이미지의 역사를 바라볼 때 그것은 크게 기독교의 성상파괴자와 성상숭배자간의 싸움으로 요약된다. 교권이 절정에 이르렀던 중세는 성상의 의미 자체가 폐기된, 성상파괴주의가 승리한 시기였다. 이미지의 평가절하는 이후 데카르트에 이르러 극심해졌고, 실증주의 과학주의 역사주의 등에 의해 더욱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러한 억압 속에서도 18세기에 낭만주의가 도래하면서 이미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어났고 그 물줄기가 오늘에 이어져 이미지의 부활을 이룩하게 되었다고 개관한다.

이 책에서는 이미지의 개념 규정, 역사적 개관 뿐 아니라 이미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췄다. 프로이트, 리쾨르, 바슐라르 등의 이론을 살펴보고 이미지와 상상력 연구를 집대성해 체계화시킨 뒤랑의 이론을 중심으로 ‘이미지 중심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

궁극적으로 저자들은 문명전환의 이 시점에서 이미지에 입각한 새로운 인식론과 인류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이미지론이 모든 학문들을 맺어주는 구체적 막이나 직물 같은 것이 될 수 있다는 소망을 피력한다. 저자들의 이런 소망이 이후 우리 이미지의 ‘현실’에 대한 정밀한 탐구로 이어져 서구 중심의 이미지론 자체도 극복해내는 역량으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정재서(이화여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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