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강미은/'맞춤형 정보' 개발 더 신경을

  • 입력 2001년 2월 16일 18시 37분


인터넷은 ‘개인’과 ‘집단’의 절묘한 혼돈을 보여준다. 인터넷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와 재미만 찾아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세상을 향해서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집단’의 공동체가 형성된다. 공통 관심사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대상에 대해서는 게시판을 통해서 조직의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인터넷에서 ‘개인’과 ‘집단’은 두 가지의 다른 개념이 아니라 결국 같은 것이다. 인터넷에서 공동체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정의하는 것도, 공동체를 결성하고 해체하는 것도 개인의 취향이다. 인터넷에 형성된 공동체가 수천만개라 해도, 내가 클릭하기 전에는 그런 공동체가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종이신문 동아일보와 온라인의 동아닷컴이 더 많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온라인 저널리즘은 ‘개인’과 ‘집단’을 동시에 수용한다.

인터넷에서 불특정 다수의 집단적 수용자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도 중요하다. 종이신문은 많은 사람에게 동일한 정보를 전달해서 수백만 명의 수용자가 똑같은 내용을 본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수용자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때 그 가치가 더 높아진다.

94년 온라인 신문을 시작한 독일의 슈피겔온라인은 최근 종이신문 슈피겔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분량의 제한이 없는 보도를 하고, 기사에 경찰기록 데이터베이스나 정치인의 메모 등 관련 자료를 덧붙이고, 스포츠면 기사에서는 동영상을 보여준다. CNN은 텍스트와 TV, 라디오와 쌍방향 미디어를 통합하는 수렴 프로그래밍(convergence programming)으로 매체간 벽을 무너뜨리는 융합을 지향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는 콘텐츠의 형식이나 유통방식, 내용도 달라진다. 오프라인의 콘텐츠가 재가공돼서 온라인과 모바일로 유통되고, 개인은 취향에 따라서 신문, 라디오와 TV 방송의 내용을 주문형으로 선택해서 스스로 뉴스편성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와 매체간 융합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저널리즘의 형태는 무궁무진하다.

동아닷컴의 콘텐츠도 종이신문 동아일보의 내용을 인터넷에 주로 올리고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온라인 저널리즘의 매력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이 처음 나왔을 때, 텔레비전 뉴스는 카메라 앞에서 라디오 뉴스의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방식이었다. 새로 등장한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용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인터넷 신문도 초기에는 종이신문 내용을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다가 지금은 부가 서비스가 많이 첨가되긴 했지만 아직도 인터넷 매체가 지닌 특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매체를 종이신문의 주변부 정도로 여기지 않고, 멀티미디어로서의 저널리즘을 지향한다면 앞으로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강미은(숙명여대 교수·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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