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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14일 15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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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은 13일 발표된 병역비리 수사결과에 대해 '용두사미' '외화내빈'이라는 말을 서슴치 않았다.
왜 이럴까? 327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을 적발해 이중 168명을 구속했고, 이번 수사를 계기로 고위공직자 병역공개법안이 제정되는 등 성과도 있었는데 말이다.
시계를 1년전인 2000년 2월8일로 돌려보자.
이 날은 바로 병역비리 검군합동수사반이 설치된 날. 총선을 2개월여 앞둔 상황이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수사의 타이밍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총선을 치르고 나서 수사하라"고 맞서고 있었다.
이날 박순용 검찰총장은 "총선을 의식하지 말고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승구 합수반장(서울지검 특수1부장)은 "병역비리는 단순한 부정부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범죄 행위로 간주해 성역 없는 사정활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때 합수반은 '반부패국민연대'로부터 정치인 54명의 아들 75명의 명단을 넘겨받은 상태였다.
그런데 1년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검찰의 그물망에 걸린 정치인은 단 1명 뿐이었다. 들리는 것은 "대부분의 정치인이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하기 어려웠다"는 소리뿐.
합수반장은 13일 "정치인들이 소환에 불응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안그랬다면 훨씬 나올게 많았다고 자신한다"고 해명했다. 이 말을 정치인 아들들이 들으면 뭐라 할까.
"우리 아버지가 누군데 당신들이 날 건드려?"라고 하지 않을까.
합수반이 '성역없는 수사'를 거듭 강조하던 당시를 생각하면 절로 쓴웃음이 나온다. 애초에 지키지 못할 말은 안하는게 낫다. 그러면 '또 말을 뒤집었다'는 말은 피해 갈수 있었다.
이번 수사결과를 보고 시민단체는 '알맹이는 전부 빠졌다'고 반발하고, 야당은 '그것봐라, 총선용 수사 아니었냐'고 비웃고 있다. 과연 합수반은 이에 대해 무어라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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