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여성 참정권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41분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둔 프랑스 정당들은 여성 후보자를 확보하기 위해 선거전보다 더 뜨거운 경쟁을 하고 있다는 보도다. 프랑스는 작년 초 각 선거구에서 남녀 후보를 동수로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구태여 남녀 후보를 동수로 규정한 것은 유럽국가 중 여성의원의 비율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여성의원의 비율은 스웨덴 45%, 독일 29.6% 등 대부분 20%이상인데 프랑스만 8.7%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실 여성들이 참정권을 획득한 역사는 겨우 100여년에 불과하다. 여성 참정권 운동이 처음 불붙기 시작한 것은 1848년 뉴욕에서 열린 세계 최초의 여성권리대회 때다. 그로부터 수많은 여성들이 투옥되는 등 참정권을 획득하기 위한 장정이 시작됐지만 제일 먼저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는 민주주의의 원조격인 영국도, 미국도 아니다. 1893년 뉴질랜드가 최초이며 그 다음이 1902년의 호주다. 미국은 1920년, 그리고 영국은 1928년에야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부여됐다.

▷우리는 1948년 제헌헌법부터 여성들의 참정권을 보장했다. 지금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들이 참정권을 갖고 있으나 중동의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예외다. 쿠웨이트의회는 1998년 여성에 대한 선거 및 피선거권 부여 법안을 놓고 수개월간 논란을 벌인 끝에 표결까지 갔으나 의회 과반수인 33표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그러나 여성들의 의회진출은 아직 그렇게 활발치 못한 상태다. 작년 국제의회연맹(IPU) 통계에 따르면 의회제도가 있는 177개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3.1%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의 의회진출은 이보다 훨씬 더 낮다. 이번 16대 국회의 경우 여성의원은 16명으로 전체 의석의 5.86%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의회의 여성의원은 97명으로 전체의 2.3%다. 프랑스는 여성들의 의회진출이 8.7%인 것이 국가적인 수치라며 후보자 수를 남녀가 같게 하는 법안까지 만들어 올해 첫 시험에 들어갔다. 우리 정치권의 경우 프랑스의 반만 따라가도 여성 유권자들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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