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득헌의 스포츠 세상]광우병…치매…운동…

  • 입력 2001년 2월 12일 18시 31분


“어머, 쇠고기잖아. 안돼. 돼지고기 먹을 거야.” 엊그제 모처럼 놀러온 어린 조카들이 거리낌없이 말했다. 광우병 문제로 어른들도 쇠고기 식품을 꺼리는 판이니 아이들의 그런 반응도 놀랄 일은 아니겠다.

광우병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변형돼 소의 뇌세포에 구멍이 뚫리는 병인데 사람들이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나 가공식품을 먹으면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vCJD)에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의 대상이 된다. vCJD로 이름지어진 이유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오래 전부터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CJD)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물론 걸릴 확률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사람이 CJD든 vCJD에 걸리면 발병초기에는 식사와 수면습관에 변화가 오면서 몇주 안에 치매증세를 보이다 발병 후 12∼15개월 이내에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치료방법이 없다.

조카들의 얘기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을 떠올리게 했다. 알츠하이머병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그의 망백(望百·우리 나이로 아흔 한 살)을 맞아 CNN 토크쇼에 출연한 부인 낸시 여사가 “오래도록 사랑해온 사람과 더 이상 추억을 공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밝힌 것은 그 병의 증세를 대변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기억도 희미할 정도라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은 CJD와 비슷하게 이상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뇌 세포에 달라붙어 세포를 죽이는 병인데 치명적이진 아닐지라도 치매증세를 가속화시킨다. 밝혀진 지 90년이나 됐지만 역시 치료방법이 없다.

인간광우병, CJD,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내 생각은 결국 스포츠로 연결되고 말았다. 고리는 이들 질병의 증세로 나타나는 치매였다. 뇌 세포가 손상돼 지적 능력을 잃게 되는 정신질환인 치매는 기억력은 물론 판단력도 잃는다는 점에서 각종 사고의 원인으로 부각되는 상황인 까닭이다. 바로 치매 예방에 정기적 운동이 큰 효과를 거둔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는 말이다.

운동이 단백질 문제로 발생하는 질병에 따른 치매의 예방책이 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노화현상이나 뇌종양 같은 퇴행성질환 및 뇌혈관성질환으로 인한 노인성치매와 혈관성치매의 예방책이 된다는 것은 이미 10여년 전 미국 스탠퍼드대의 연구로 밝혀졌다. 정기적 운동은 성장이 멈춘 뒤부터 하루 5만∼10만개씩 파괴되는 뇌 세포의 상실을 절반 가량 줄이고 혈관성치매도 억제한다는 내용이다.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가 광우병 문제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차제에 치매도 생각해보며 어린이의 운동에도 신경을 쓰면 좋을 터인데.

<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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