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존PR 톨킨의 '반지의 지배자'

  • 입력 2001년 2월 11일 20시 17분


《‘판타지 소설’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가 신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판타지 소설로 세계적인 빅 히트를 기록한 ‘해리 포터’의 성공은 이러한 현상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판타지 소설을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두드러진다. 단순한 오락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드래곤 라자’‘폴라리스 랩소디’등 인기 소설들을 잇따라 발표, 한국 판타지 문학의 기수로 평가받는 이영도씨가 우리보다 역사가 수십년 앞선 해외의 판타지 명작을소개 분석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문학에서 판타지 소설의 입지와 향후 가능성을 짚어보는 기획이다. 》

축구와 판타지소설에는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그 종주국은 똑같이 영국이다. 그리고 축구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위치와 판타지소설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위치 역시 비슷하다. ‘종주국으로서 전통의 강호이지만 세계 최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도저히 2류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영국의 환상문학은 독일의 환상문학과 더불어 유럽 환상문학의 양대산맥을 이루었다. 하지만 미국의 대두와 더불어 세계어가 된 것은 영어이며, 따라서 현대적 의미에서 판타지소설의 근원은 영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반지의 지배자’(The lord of rings·1955년작)를 통해 현대적 의미의 판타지소설이 탄생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무려 12년이라는 집필 기간을 통해 완성된 ‘반지의 지배자’는 그 창조에서부터 이미 ‘후계자’들의 모습을 결정해 버린 걸작이다. 이 작품에 바치는 찬사 중에는 “영어권은 이제 ‘반지의 지배자’를 읽은 곳과 읽지 않은 곳으로 구분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장중하고 경이적인 세계, 치밀한 가상의 역사, 위엄있는 남녀들이 태고의 향취가 배어나오는 대지를 거닌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번득이는 영국적 유머들. BBC의 다큐멘터리와 NHK의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영국적 유머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후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유머들이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들어주지만, 그런 동안에도 폭압적인 악의 도래에 대한 자유로운 선의 대항이라는 무거운 주제는 유장하게 계속된다.

주인공은 호비트라 불리는 가상의 종족이다. 호비트는 맛있는 음식과 담배, 그리고 노래와 유머를 좋아하는 작고 수줍음 타는 종족이다. 신들과 같은, 혹은 그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이들이 벌이는 세계의 운명을 건 투쟁에서 이런 종족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될 정도이다.

하지만 호비트는, 작품 중의 말을 빌리자면 ‘영웅들의 탑과 지혜를 흔들어 놓는다.’ 그것도 무력이나 지혜, 영웅적 행위가 아니라 자유로운 의지로 선택한 의무를 끈질기지만 소박하게 수행하는 것으로써. 그리고 호비트의 모험을 통해 작가인 톨킨은 선(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덕목들을 자유로운 개성이 어떻게 스스로 행동으로 구현해나가는지 보여준다.

판타지소설의 깊은 맛을 느껴보고 싶은 독자에게, 그리고 완벽한 허구인 환상이 어떻게 현실에 대한 품격 있는 관조가 될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독자에게, ‘반지의 지배자’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지의 지배자’는 ‘프라이트너’ 등 공포영화 전문감독인 피터 잭슨에 의해 3부작 영화로 제작되어 올 겨울 1부가 개봉된다. 국내에는 이미 해적판으로 번역돼 많은 독자를 갖고 있으며 3월 중 황금가지출판사를 통해 정식 출간될 예정이다.(판타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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