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국내 '신종 에이즈 바이러스' 출현

  • 입력 2001년 2월 11일 19시 18분


5일 동아일보는 국내와 키프러스에서 잇따라 발견된 에이즈바이러스(HIV)가 ‘신종 HIV’라는 사실을 단독 보도했고 이튿날 영국 BBC방송은 이 바이러스가 이미 전 세계로 번졌을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BBC방송은 영국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 HIV는 이처럼 끊임없이 변신하기 때문에 제압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HIV의 종류, 돌연변이의 의미 등에 대해 알아본다.

▽에이즈의 유래와 유형〓HIV는 침팬지에서 유래한 1형과 아프리카 검댕원숭이가 뿌리인 2형으로 크게 나뉜다. 두 유형은 유전자 구조가 30∼47% 다르다. 1형이 HIV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파괴력과 전염력에서 2형보다 훨씬 강하다.

두 유형은 모두 인체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양한 아형(亞型)들을 낳았다. 아형끼리는 유전자가 15∼22% 다르다. 1형은 A∼D, F∼H, J, K형 등 9가지의 ‘기본 아형’이 있으며 N, O형 등도 있다. 한 아형의 HIV에 감염된 상태에서 다른 아형의 HIV에 감염되기도 하는데 이때 두 HIV가 결합해 E형과 같은 ‘조합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요즘 B형과 D형은 구조와 항원이 비슷하므로 같은 유형으로 묶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신종’ 유전자는 A형과 16%, B형 등과는 20% 이상 다르고 바이러스의 구조와 항원이 독특해 새 아형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인종마다 다르다〓HIV는 인체의 특성에 따라 변신하기 때문에 지역마다 유행하는 아형이 다르다(그래픽 참조).

B형은 동성연애자 사이에, E형은 이성 사이에 잘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종별 민족별로도 전염되는 아형과 전염 정도가 다른데 최근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미국 내 동성연애자 중 흑인은 30%, 히스패닉은 15%, 기타 백인은 7%, 아시아계는 3%가 에이즈 환자라고 발표했다.

HIV는 면역세포의 ‘손잡이’에 달라 붙었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데 어떤 사람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손잡이가 고장나 HIV가 침투하지 못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 케냐 나이로비의 창녀 중 5%는 아무리 에이즈 환자와 성관계를 가져도 발병하지 않는 데 손잡이 고장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새 바이러스의 의미〓국내에서 지금까지 1280여명의 환자가 생겼으며 대부분은 B형. 새 아형은 아프리카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는 국내에도 다양한 아형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1996년 국내 33명의 환자를 분석해더니 25명이 B형이고 A형이 3명, C D E형이 1명씩이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 ‘윤락 문화’에 비해 환자가 적은 것은 민족의 특수성과 관련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 다양한 아형의 출현은 언제 우리나라도 ‘에이즈 천국’에 편입될지 모른다는 불길한 징조다. HIV는 감염된 지 평균 10년 뒤 발병하므로 신종 HIV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태국의 경우 80년대에 B형이 많았지만 E형이 들어오면서 90년대 환자가 급증했다. 동유럽도 80년대 B형이 주요한 아형일 땐 환자가 적었지만 90년대 A형과 B형의 조합형이 세력을 얻으면서 환자가 급증했다.

▽아형에 대한 대비〓현재 선진국에선 모든 아형에 공통되는 항원을 규명해서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각 지역에 고유한 아형을 과녁으로 삼는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국내에 어떤 아형이 존재하는지 종합연구가 시급하다.

아직까진 콘돔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일부에선 HIV가 콘돔 입자 사이의 미세한 틈을 통해 인체를 침투한다고 주장하는데 낭설. 콘돔이 찢어지지 않는 한 최고의 예방무기다. 우간다는 콘돔 사용으로 환자 수를 격감시켰고 태국도 콘돔 사용 캠페인으로 환자 수를 줄이고 있다.

(도움말〓서울대병원 내과 최강원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김준명교수)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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