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영업용 택시 사고율 40% 육박

  • 입력 2001년 2월 11일 18시 49분


서울시내 회사택시의 연간 교통사고 비율이 40%대에 가까워지면서 시민의 안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는 10대의 차량을 1년간 운행시키면 4건의 사고가 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20%대를 유지하던 서울시내 회사택시의 사고율은 IMF가 닥친 98년부터 30% 후반으로 급증했다.

94년에는 서울시내 회사택시 2만3527대에 4933건(사고율 21%), 96년엔 2만3336대에 5897건(25.3%)의 교통사고가 난 데 비해 98년으로 넘어서면서 2만3202대에 7619건(32.8%), 99년엔 2만3172대에 8845건(38.2%)의 사고가 났다. 특히 99년 전국 회사택시의 교통사고 2만6282건 중 인명사고가 6612건으로 25.1%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의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다수의 택시회사 관계자들은 “지난해는 50% 이상의 사고율을 기록했다”며 “영업용 택시의 운행시간과 거리가 월등히 길다는 점을 고려해도 지금의 수치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왜 사고가 늘고 있나〓상당수의 택시회사 관계자들은 3년차이하 미숙련 운전사의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92년 1만2700여명 수준이던 서울시내 택시회사의 신규 입사자는 IMF가 닥친 이후인 98∼2000년에 평균 1만8700여명 수준으로 높아졌다. 기업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의 여파로 직장을 잃은 회사원 중 다수가 택시운전사로 돌아선 탓이다.

경력 42년의 회사택시 운전사인 지모씨(65)는 “개인택시 자격을 따려고 조심 운전하는 고참들과 달리 화이트칼라 출신의 2, 3년차 운전사들은 빨리 돈을 벌어 새로운 일을 시작할 생각에 운전이 거칠다”고 말했다.

하지만 3년차 이하 택시운전사들의 시각은 좀 다르다. 사업체 부도로 98년초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는 박모씨(42)는 “손님은 주는데 사납금이 오히려 조금씩 오르고 있어 모든 운전사가 무리한 운행을 강요받고 있다”며 “버스전용차로 확산, 오토바이 퀵서비스 등의 증가로 회사택시의 운행환경이 불리해진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99년 전국 영업용 택시 사고유형

사고 유형합 계인명사고대차사고대물사고대열차사고
사고 건수262826612191275421

▽택시회사 입장〓서울시내 택시회사 ‘S교통’의 업무과장 한모씨(34)는 요즘 교통사고 장부를 볼 때마다 가슴이 무겁다. 지난해의 경우 보유 차량 73대 중 43대가 교통사고를 낸 데다 인명피해도 50명을 넘었다.

사고비용은 보험금으로 처리했지만 과도한 사고발생으로 올해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이 5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예정이고 보험회사도 연간 보험금을 지난해 3억원에서 올해는 3000만원 더 인상하겠다고 알려왔다.

한과장은 “높은 사고율로 지난해 증차(增車) 신청도 하지 못했다”며 “회사 운영 자체가 흔들릴 수준”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택시회사 ‘D상운’의 사고처리담당자 정모씨(34·서울 은평구 불광동)도 소속 택시의 교통사고가 크게 늘고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D상운 사고처리 담당인 정모씨는 “아무리 안전교육을 시켜도 3년차 이하의 운전사들은 매일 회사에 내는 7만5000원의 사납금도 힘들어 해 쇠귀에 경읽기”라고 털어놓았다. 정씨는 “경력이 있는 베테랑 운전사를 모집하고 싶지만 실제 신규 운전사 모집공고를 내면 대부분 경력 3년차 이하의 운전사들만 모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민 입장〓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역시 안전이 최우선. 출퇴근의 대부분을 택시에 의지한다는 회사원 안주영(安主營·31·서울 광진구 구의동)씨는 “3대 중 1대꼴로 사고가 난다면 불안해 택시를 탈 수 없다”며 “다른 운송수단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택시업체 전체가 사고율을 낮추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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